[천자칼럼] 또 포모(FOMO) 증후군?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가 주창한 ‘욕구단계설’(생리·안전·소속·존경·자아실현) 중 인간이 다른 동물과 차별화되는 첫 지점이 소속 욕구다. 인간은 생리와 안전 욕구를 충족하면 집단을 이루고 동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싶은 소속·인정 욕구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콤플렉스와 열등감에 시달리게 된다. 이를 경제활동에 접목한 게 ‘매진 임박’ ‘한정 판매’ 같은 마케팅 기법이다. 제품 공급량을 의도적으로 줄여 집단 흐름에서 벗어나기 두려워하는 인간 본성, 즉 ‘소외 불안’(포모·Fear Of Missing Out)을 구매 행동으로 유인하는 전략이다.

소외 불안은 일상사에서 종종 강력한 쏠림 현상을 동반한다. 몇 년 전만 해도 ‘부모 등골 브레이커’로 불리던 모브랜드 패딩 조끼를 안 입은 10대가 없었고, ‘간헐적 단식’ ‘황제 다이어트’ 등 각종 건강 프로그램이 나올 때마다 온 나라가 들썩거렸던 게 다 그런 사례다. 2020년 하반기부터 주식·부동산시장이 불을 뿜자 2030세대를 중심으로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하며 ‘패닉 바잉’ 열차에 올라탔던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경우다. 포모는 이제 단순한 마케팅 기법이 아니라 일종의 사회적 병리현상, 즉 ‘포모 증후군’으로 더 자주 인용된다.

올 들어 미국 증시가 급등하며 다시 포모 증후군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다. 지난해 30% 가까이 꺾였던 미 증시가 올 들어 급등세를 보이자 랠리에 올라타려는 개인투자자들의 부화뇌동이 감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부진을 면치 못했던 테슬라(60%), 비트코인(40%), 캐시우드펀드(46%) 등이 깜짝 상승한 것도 이런 포모 증후군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올해 투자환경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그 어느 때보다 집단적 흐름에 쏠리지 않는 냉철한 투자원칙이 필요한 때다. 포모의 반대말이 ‘조모’(Joy Of Missing Out)다. ‘나는 나’라는 철학으로 집단에서 소외되거나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고 오히려 즐기는 심리적 상태다. 조모는 지력(知力)이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 포모가 아니라 조모 투자자들이 주도하는 시장을 기대해본다.

박수진 논설위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