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브렉시트 3년 만에 브리그렛(Breg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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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일인 2016년 6월 23일 영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구글 검색어는 ‘What is the EU?’(유럽연합이 뭐야)였다. 상당수 영국인이 EU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탈(脫)EU에 투표했다는 얘기다.
영국 작가 이언 매큐언은 2019년 브렉시트와 영국 정치를 풍자한 소설 <바퀴벌레>를 내놓았다. 카프카의 <변신>을 오마주한 이 소설에서 바퀴벌레의 변신체인 영국 총리와 정치인들은 인간세계를 파괴하기 위해 ‘역방향주의’를 퍼뜨린다. 물건을 사면 돈을 주고, 노동을 하면 돈을 내는 식으로 사회가 거꾸로 돌아간다.
영국이 2020년 2월 1일 EU에서 공식 탈퇴한 지 3년이 흐른 지금, 영국 경제는 대혼란을 겪고 있다. 독일 dpa통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브렉시트 이전 독일의 5대 교역국이던 영국은 이제 체코에도 밀려 10위권 밖으로 처졌다. G7 국가 중 코로나 사태 이후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줄어든 나라는 영국뿐이다.
미래는 더 암울하다. 국제통화기금은 올해 영국 경제가 G7 국가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0.6%)할 것으로 예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브렉시트를 후회한다는 ‘브리그렛(Britain+regret)’이나 영국이 이탈리아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브리탤리(Britaly)’ 등 신조어들도 등장했다.
브렉시트는 태생부터가 기형적이다. 지지층 이탈을 의식해 국민투표를 강행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 자신은 “영국의 미래를 위해선 EU에 남아야 한다”는 철저한 EU 잔류파였다. 그는 브렉시트가 통과되자 무책임한 말 한마디와 함께 총리직에서 내려왔다. “저도 한때는 미래였습니다.”
캐머런 이후 리시 수낵까지 5명의 옥스퍼드대 출신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의 위험을 알면서도 이를 공론화하지 못한다. 그들에겐 브렉시트는 ‘방 안의 코끼리’ 같은 존재다. 국가 명운을 대중 투표에 맡긴 캐머런이나, “대영제국이 왜 난민을 받아주며 독일 메르켈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냐”는 나이절 패라지 같은 선동 정치가를 따른 후과는 영국인들 몫이다. ‘초·중·고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걸린 자리는 서울시장 정도였으나, 국운을 건 영국의 실험은 훨씬 무모한 듯하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영국 작가 이언 매큐언은 2019년 브렉시트와 영국 정치를 풍자한 소설 <바퀴벌레>를 내놓았다. 카프카의 <변신>을 오마주한 이 소설에서 바퀴벌레의 변신체인 영국 총리와 정치인들은 인간세계를 파괴하기 위해 ‘역방향주의’를 퍼뜨린다. 물건을 사면 돈을 주고, 노동을 하면 돈을 내는 식으로 사회가 거꾸로 돌아간다.
영국이 2020년 2월 1일 EU에서 공식 탈퇴한 지 3년이 흐른 지금, 영국 경제는 대혼란을 겪고 있다. 독일 dpa통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브렉시트 이전 독일의 5대 교역국이던 영국은 이제 체코에도 밀려 10위권 밖으로 처졌다. G7 국가 중 코로나 사태 이후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줄어든 나라는 영국뿐이다.
미래는 더 암울하다. 국제통화기금은 올해 영국 경제가 G7 국가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0.6%)할 것으로 예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브렉시트를 후회한다는 ‘브리그렛(Britain+regret)’이나 영국이 이탈리아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브리탤리(Britaly)’ 등 신조어들도 등장했다.
브렉시트는 태생부터가 기형적이다. 지지층 이탈을 의식해 국민투표를 강행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 자신은 “영국의 미래를 위해선 EU에 남아야 한다”는 철저한 EU 잔류파였다. 그는 브렉시트가 통과되자 무책임한 말 한마디와 함께 총리직에서 내려왔다. “저도 한때는 미래였습니다.”
캐머런 이후 리시 수낵까지 5명의 옥스퍼드대 출신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의 위험을 알면서도 이를 공론화하지 못한다. 그들에겐 브렉시트는 ‘방 안의 코끼리’ 같은 존재다. 국가 명운을 대중 투표에 맡긴 캐머런이나, “대영제국이 왜 난민을 받아주며 독일 메르켈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냐”는 나이절 패라지 같은 선동 정치가를 따른 후과는 영국인들 몫이다. ‘초·중·고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걸린 자리는 서울시장 정도였으나, 국운을 건 영국의 실험은 훨씬 무모한 듯하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