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통화로 이뤄진 구조 요청…AIS 발신·수신은 정상
청보호 항해장비 적법했나…해경 "선체 인양 후 조사"
청보호 전복사고의 실종자 수색에 주력하는 당국이 선체 인양 후 필수 항해장비가 적법하게 설치됐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다.

목포해양경찰서는 사고 발생 나흘째에 접어든 7일 언론브리핑을 열어 "조난신호를 발신하는 통신 장비가 선박에 있다.

그 부분을 추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해경이 지칭한 장비는 초단파대무선전화(VHF-DSC) 통신기이다.

VHF에는 해경에 조난신호를 발신하는 기능이 탑재됐는데, 사람이 수동으로 작동 단추를 눌러야 신호가 송출된다.

해경은 청보호에 VHF가 설치됐으나 조난신호 송출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울릉도 남서쪽 해상에서 승선원 2명이 탄 세일링 요트가 기관 고장을 일으켰을 때 해경은 VHF 교신을 통해 조난신고를 접수, 구조한 사례가 있다.

사고 당일 청보호 승선원 구조 요청 신고는 VHF 교신이 아닌 휴대전화 음성통화로 여러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조난신고를 접한 해경은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 신호로 청보호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 인근 해상을 지나던 민간 화물선에 구조 협조를 요청했다.

AIS 신호는 어선 간 충돌 사고를 예방하는 관제 정보로도 활용되는데 노후 어선이나 조업 정보를 숨기려는 어선이 장치를 껐다가 문제를 일으키는 사례가 종종 있다.

이번 사고 직전 청보호의 AIS 신호는 목포 광역해상관제센터(VTS)에서 정상적으로 수신됐고, 선체 전복 이후 조타실에 바닷물에 잠기면서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선박은 자동입출항단말기(V-Pass) 등 여러 항해장비를 운용하는데 해경은 한 가지 이상만 설치됐다면 어선법상 운항에는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배가 완전히 뒤집혔는데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알려진 구명뗏목에 대해서는 설치 기준 충족 여부 등을 분석해보겠다고 해경은 설명했다.

인천 선적 24t 근해 통발어선인 청보호는 지난 4일 오후 11시 19분께 전남 신안군 임자면 재원리 대비치도 서쪽 16.6㎞ 해상에서 뒤집혔다.

승선원 12명 가운데 실종자를 제외한 3명만 뒤집힌 선체에서 탈출해 배 바닥 위로 올랐고, 주변을 지나던 민간 화물선에 의해 구조됐다.

나머지 승선원 9명 가운데 5명은 사망한 상태로 선체 내부에서 수습됐고, 다른 4명은 실종 상태다.

실종자 수습과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선체 인양은 신안군 대허사도 인근 해상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