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 불신임안·부의장 사임안 동시 상정…초유의 표결 사태 우려
여야 원내대표 "정상화 노력하겠다" 막판 극적 합의 가능성 있어

옛 청주시청사 철거 문제로 촉발된 청주시의회 여야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다음 달 임시회에 국민의힘 소속 김병국 의장 불신임건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은숙 부의장 사임의건이 상정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빚어졌다.

31일 시의회에 따르면 다음 달 13일 개회하는 제76회 임시회에 의장 불신임건과 부의장 사임의건이 안건으로 채택됐다.

여야가 2월 임시회 전까지 의회 정상화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이들 안건은 회기 첫날 본회의장에서 표결에 부쳐질 수밖에 없다.

◇ 민주당 20명 "약속 안지켜"…김 의장 불신임건 제출
김 의장 불신임안은 지난 16일 민주당 의원 20명이 냈다.

이들은 의회운영 업무추진비 부적절 사용, 제주도 의원연찬회 여행사 부적절 수의계약, 의원 전문성 강화 특강·정책토론회 불허 등을 배경으로 들었다.

민주당은 김 의장이 지난해 12월 22일 원포인트 임시회에서 옛 시청 본관 철거비를 뺀 기금운용계획안 수정안 처리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불신임안 발의를 예고했다.

청주시의회 여야 갈등 봉합 가능할까…2월 회의 앞두고 긴장고조
김 의장은 "기금운용계획안을 (올해) 2월까지 더 논의하자고 제안했음에도 민주당이 받아들이지 않고 본예산과 결부시켜 의회 파행을 초래했다"며 오히려 민주당을 겨냥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26일 의원총회를 열어 의장 불신임건의 2월 의회 상정을 결정했다.

수의계약의 경우 부가세를 빼면 조례가 정한 액수 범위인데다 법적·도덕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나머지 사안도 민주당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는 게 국민의힘 입장이다.

김 의장은 자신의 불신임건을 비롯해 2월 의사일정을 지난 27일 결재했다.

◇ 김 의장, 민주 소속 상임위원장 등 사임서 전격 수리
김 부의장 사임의건은 김 의장이 지난 27일 저녁 김 부위원장과 이영신 도시건설위원장, 변은영 운영위원장 등 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부위원장 9명의 사임서를 수리한 데 따른 것이었다.

9명은 즉시 수리 즉시 효력이 발생했다.

부의장 사임은 본회의 의결 사안이어서 2월 의회 안건으로 상정됐다.

민주당은 원포인트 임시회에서 기금운용계획안이 처리되자 "향후 의사일정을 거부하겠다"며 사임서를 냈고, 김 의장은 한 달여 만에 전격 수리했다.

청주시의회 여야 갈등 봉합 가능할까…2월 회의 앞두고 긴장고조
원포인트 임시회 당시 국민의힘 소속 의원 전원(21명)과 민주당 임정수 의원이 본회의장에 출석해 일사천리로 올해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을 처리했다.

시의회는 여야 동수(21석씩)인데 임 의원이 당론을 따르지 않고 등원해 의결정족수가 성립됐다.

◇ "정상화 노력할 것" 갈등 봉합 가능성도
옛 시청 본관 철거 찬반을 둘러싼 지역 내 찬반 갈등이 시의회에서 증폭되면서 올해 예산안 및 기금운영계획안 파행 처리, 의장 불신임안 제출, 민주당 사임서 수리 등 여야 극한 정쟁을 부른 셈이다.

청주시의회 여야 갈등 봉합 가능할까…2월 회의 앞두고 긴장고조
그러나 여야 모두 대화의 길은 열어놓고 있어 2월 임시회 전 극적인 갈등 봉합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박노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오는 10일 우리 당 총회가 예정돼 있다"며 "아직 정식 채널로 제기된 협의 사항은 없지만, 긴급 협의 사항이 있으면 내부 논의를 할 수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박완희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회 정상화를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문화재청과의 협의체가 구성돼 운영 중인데 협의체의 결정이 날 때까지 본관 철거예산 미집행, 갈등 해결과 협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과 함께 민주당 상임위원장단이 전반기 임기를 마쳐야 한다는 입장을 김 의장과 이범석 시장에게 제안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측이 제안을 수용하면 의장 불신임건을 철회할 예정이다.

◇ 합의 불발되면 불신임안 등 표결 진행
여야가 막판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의회 파행은 지속할 수밖에 없다.

2월 임시회 첫날 긴장감 속에 의장 불신임건과 부의장 사임의건이 무기명 투표로 처리된다.

김 의장은 회기 결정의 건 사회를 진행한 뒤 의사봉을 김 부의장에게 넘겨야 한다.

자신과 관련된 사안이어서 표결뿐만 아니라 의사에 참여할 수 없다.

청주시의회 여야 갈등 봉합 가능할까…2월 회의 앞두고 긴장고조
불신임 의결은 재적의원 과반수, 즉 22명 이상 찬성해야 성립된다.

민주당이 충북도당에 징계를 청원한 임 의원 표와 관계없이 국민의힘 의원들이 전원 반대표를 던지면 절대 과반의 벽을 넘을 수 없다.

그러나 만약 국민의힘 내부 '반란표'로 불신임안이 가결되면 이른바 교황선출 방식의 보궐선거를 바로 진행해 새 의장을 뽑아야 하고, 새 의장이 김 부의장 사임안을 주재한다.

부의장 사임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결정된다.

2월 임시회 개회가 1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