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의 ‘양강’인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 간 설전이 격해지고 있다. 3·8 전당대회가 네거티브전(戰)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의원은 30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내 현역 의원 중 안 의원을 지지한다는 사람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여전히 비판을 위한 비판, 발목 잡기만 계속한다면 성공적인 모습으로 당에 안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직격했다. 당내 세가 약한 안 의원의 ‘약점’을 파고들면서 보수의 뿌리를 지켜온 자신의 강점을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은 이전에도 ‘철새 정치’ ‘여기 기웃, 저기 기웃 정치인’ 등의 표현으로 안 의원을 에둘러 공격한 바 있다.

이날 김 의원의 발언은 지난 28일 경기 부천에서 연 자신의 ‘수도권 통합 출정식’을 두고 안 의원이 “보여주기식 행사”라고 비판한 데 대한 반격이다. 당시 행사에는 현역 의원 28명과 당원 및 지지자 800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안 의원은) 본인의 리더십에 대해 스스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며 “많은 분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게 리더십이지, 자기편 안 들어준다고 계속 딴지 걸어야 되겠냐”라고 덧붙였다.

안 의원은 김 의원의 ‘네거티브 공세’ 자체를 비판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러 의원이 사실 지지 의사를 밝혔다”며 “김 의원이 ‘네거티브’는 하지 않겠다고 말하더니 하루 만에 번복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안 의원 캠프는 논평을 통해 “김 후보가 말하는 전통 지지층은 구시대적 세몰이 정치나 체육관 환호는 오히려 배격할 것”이라며 “안 후보는 줄세우는 퇴행적 ‘명단 연대’가 아니라 전 당원이 함께 가는 ‘승리 연대’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안 의원은 김 의원이 차기 총선 공천권을 내세워 ‘공포정치’ ‘줄세우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안 의원은 이날 인천 동구·미추홀구 당협간담회에서 “공천 파동이 일어나는 이유는 전당대회나 원내대표 선거에 여러 번 나오는 사람들은 봐줄 사람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수도권에는 못 집어넣으니 공천 파동의 근원지가 영남”이라고 주장했다. 울산 지역에 기반을 두고 21대 국회 전반기 원내대표를 지낸 김 의원을 저격한 것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