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건축디자이너로 일하다 지금은 한국에서 아티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영감이 필요한 작업을 하다 보니 8평 정도 되는 개인 작업실을 제가 좋아하는 작품들로 가득 채웠죠. 그러다 보니 제 개인공간을 쓰거나 구경하고 싶다고 요청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나의 취향으로 가득 찬 공간을 상품으로 팔면 어떨까' 생각에 재미삼아 제 공간에서 모임을 시작했더니, 월 200만원의 부수입이 생겼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얻는 영감과 인사이트는 덤이죠.
인간은 돈을 벌기 위해 개인 시간을 쓴다. 그리고 취미와 여가생활에 번 돈을 쓴다. 하지만 반대로 개인의 취미와 여가를 즐기면서 동시에 돈을 버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 플랫폼 문토에서 'N잡'을 통해 자신의 본업에 대한 열정과 수익을 모두 찾은 호스트 건킴(김동건·30)의 이야기다.
호스트 건킴.
호스트 건킴.
Q. 자기 소개 먼저 부탁 드립니다.
"뉴욕에서 건축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고, 한국에서는 제품, 그래픽 디자인 등을 작업하며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건킴(김동건·30)입니다."

Q. 어떻게 호스트를 하시게 됐나요.
"본업이 영감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다 보니, 개인 작업실에 제가 좋아하는 작품들로 가득 채워 놨어요. 제 뇌 속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제 작업실로 오면 될 정도로, 제 취향으로 꾸며 놓은 특별한 공간이죠. 그러던 중 한 지인이 '너의 공간을 상품으로 팔면 어때?'라고 제안을 하더군요. 처음에는 큰 수익을 생각하지 않고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나의 취향을 공유하고, 나와는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다 보면 색다른 인사이트들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었죠. 문토라는 플랫폼이 제안하는 브랜드 슬로건이 그렇기도 했고요. "

Q. 어떤 모임을 운영하나요.
"요일마다 컨셉이 달라요. 동종 업계 사람들을 위한 '치즈(Cheese)’라는 클럽을 운영 중인데, 클럽에 소속되어 있는 디자이너들을 위한 모임을 1주일에 한 번씩 열어요. 주제는 영화 혹은 독서입니다. 이 모임 운영을 위해서는 함께 나눌 콘텐츠를 선정하는데 시간을 많이 써요. '과연 이 콘텐츠가 우리에게 영감 줄 수 있을까?'를 기준으로 고민해 선정하죠.

또 다른 하루는 ‘유희를 위한 밤’이 있어요. 힘든 직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람들과 좋은 와인을 마시며 LP음악과 분위기에 취해 밤을 무르익게 하는 날입니다. 이날을 위해 좋은 와인들을 골라서 구매를 하고, 같이 가볍게 곁들일 핑거 푸드를 마련해요. 아무래도 기분 좋을 정도로만 가볍게 한 잔 할 때 더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니까요.

나머지 시간에는 주로 작업실에서 개인 작업도 하고, 그러다가 모임에 적용할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다시 다양한 모임 컨텐츠를 위해 클럽 인원들과 상의도 하고, 때로는 필요한 물품을 준비하고 직접 제작도 합니다. 무한 반복이죠 (웃음)"

Q. 초기에 애로 사항이 있었나요.
"애로 사항이라기 보다 어떤 내용과 어느 정도의 금액대로 진행해야 사람들이 심리적인 장벽 없이 신청할 수 있는 모임이 될까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필요했죠. 그래서 참여자들이 어떤 특성을 갖고 무엇을 좋아하는 지를 테스트하기 위해 사전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모임에 맞는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써야할 소개들과, 적정한 금액을 알 수 있었죠. 제약 없이 주제부터 운영 내용, 진행 비용까지 자유롭게 세팅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내용으로 실험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호스트 건킴의 작업실.
호스트 건킴의 작업실.
Q. 월 수익은 어느 정도 인가요.
"월 수익은 평균 150~200만원 정도 되는데요. 처음에 생각했던 것 보다 많았습니다. 최근에는 추천 호스트로 노출이 되고, 횟수도 늘어나다 보니 점점 더 수입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본업을 하면서도 적지 않은 수익을 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무뢰한’이라는 영화를 계속 돌려본다는 참여자자가 기억에 남아요. 취향과 취미가 확고한 그 분 덕분에 ‘헤어질 결심 각본집’을 읽게 되었는데, 그 속에서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었죠. 부업으로 모임을 운영하면서 수익도 얻지만 참여하는 사람을 통해 제 본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 첫 순간이라 가장 기억에 남아요."

Q. 주변인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대부분 ‘일 벌이는 거 아니냐’라는 의견이었어요. 개인의 시간이 없어 질 수도 있고, 새로운 사람들을 모아 운영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지 않겠냐는 걱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 저는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아요. 모임을 진행하면 할 수록 ‘디자이너 건킴’이라는 사람 자체를 많은 게스트들이 좋아해주고, 찾아주면서 지인들의 반응이 완전 바뀌었어요. 자신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며 주변에서 저에게 시작하는 방법이라던지 운영 노하우를 물어 보기도 해요."

Q. 제2인생을 꿈꾸는 이들에게 추천하시나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람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수익을 창출 할 수 있다는 개념이 좋아요. 원하는 시간대에 본인이 정해서 진행할 수 있고, 또 원하는 분류의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죠. 우리는 보통 수익활동을 위해 개인의 시간을 소비합니다. 그리고 그 수익을 통해 개인의 관심사와 유희를 위해 시간과 금전을 소비하죠. 하지만 개인의 시간을 소비하여 유희와 수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기에 이상적인 플랫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가장 이상적인 형식의 부업이라고 생각해요."

Q. 가장 크게 얻은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제 관심사를 100% 반영해 진행하는 디자이너 대상의 모임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이 항상 좋은 영향력을 받고 있어요. 모임을 통해 만난 한 참여자는 저와 좋아하는 옷 브랜드부터 좋아하는 소설 작가와 영화 취향까지 맞아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요. 수 많은 대화를 통해 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제 열정에 기름을 붓기도 했어요. 다양한 사람들이 바라보는 세상을 공유하고 그 속에서 필요한 정보 혹은 가치가 있는 개념을 얻어 제 작품에 녹여내곤 해요. 모임의 주제와 내용에 제 개인적인 관심사를 담았고, 이를 통해 본업 커리어를 더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부업이라고 해서 본업과 아예 분리되고, 소자본 창업 등을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럼 시작하기가 오히려 어려워지잖아요. 그래서 저처럼 본업에서 가지치기 된 주제 혹은 나의 관심사를 투영한 것으로 ‘본업에 도움’이 되거나 ‘자기계발’의 측면에서 가볍게 시작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평생 직장이 사라진 시대, 여러 직업을 가지는 'N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N잡 뿐만 아니라 NEW잡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방준식의 N잡 시대>는 매주 일요일 연재됩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면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