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피격 재판 시작…서훈 측 "사건 은폐 생각도 안해" 혐의 부인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고 ‘월북 몰이’를 한 혐의로 기소된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핵심 인사들이 법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 박사랑 박정길)는 20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이라 피고인들이 직접 법정에 출석하진 않았으나, 변호인을 통해 혐의에 관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서 전 실장 측 변호인은 “피격 사건이 일어난 후 이를 은폐하기 위한 어떤 생각도 한 적 없다”며 “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 월북몰이를 했다는 주장에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 전 장관 측도 “사건 관련 첩보의 배포선을 제한하라고 지시했지, 삭제하라고 한 적은 없다”며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와 관련해서도 자료들을 보면 월북가능성이 충분히 보였기 때문에, 월북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내용을 기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함께 기소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역시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서 전 실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인 고(故) 이대준씨의 피격 사건 발생 당시, 이를 은폐하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와 김 전 청장 등에게 ‘보안 유지’하라고 지시한 혐의(직권남용)를 받는다. 또한 이씨의 사망 사실을 숨긴 상태에서 해경에게 수색 중인 것처럼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게 하고, 이후에는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처럼 보고서나 보도자료를 쓰게한 혐의도 있다. 김 전 청장은 이에 따라 허위 자료를 배포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행사)를 받는다.

박 전 원장과 노은채 전 국정원 비서실장은 국정원 직원들에게 첩보 보고서를 삭제하게 한 혐의(국가정보원법 위반)로 기소됐다. 서 전 장관 역시 국방부 직원 등에게 관련 첩보를 삭제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피고인 측은 검찰이 6만쪽에 달하는 방대한 증거를 일괄적으로 제출해 방어권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검찰 측은 공범인 피고인들의 범죄행위가 큰 틀에서 하나의 사건인 만큼 증거들을 별도로 정리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을 검토하고 증거 인부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27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오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