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와 아성조의 생생한 먹이다툼…3분간 격렬한 공중전
[유형재의 새록새록] 흰꼬리수리의 숨 막히는 '쇼타임'
성조와 아성조, 유조 등 3마리의 흰꼬리수리가 겨울을 보내고 있는 강원 강릉시 남대천.
매년 이곳을 찾는 흰꼬리수리는 날개를 펴면 2m를 넘는 거대 맹금류답지 않게 주로 물고기를 사냥하거나 비오리, 가마우지 등이 잡았다가 먹지 못해 죽은 물고기를 찾아 건져서 먹는 비교적 순둥이였다.

그래서 오리류를 쫓아다니며 사냥하거나 서로 먹이를 빼앗기 위해 치열하고 맹렬한 다툼을 벌이는 숨 막히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사냥한 물고기를 먹다가 어느 정도 먹으면 다른 흰꼬리수리에게 양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성조와 아성조는 부부나 형제자매, 혹은 부모와 자식 등 가족으로 추정할 수 있는 행동을 많이 했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흰꼬리수리의 숨 막히는 '쇼타임'
흰꼬리수리는 멸종위기종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243호이다.

몸길이 80m∼94㎝, 날개 길이가 무려 1.8∼2.5m로 국내를 찾는 맹금류 가운데 가장 큰 편에 속한다.

유조는 흰꼬리수리의 상징인 꼬리가 아직 하얗게 변하지 않은 어린 개체이고, 성조는 머리 부분과 꼬리가 모두 하얗게 변한 다 큰 개체, 아성조는 유조와 성조 사이의 개체로 볼 수 있다.

그날 2마리의 사이좋은 흰꼬리수리는 남대천 가운데 있는 모래톱에, 유조인 나머지 1마리는 남대천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뒷산 높은 나무 위에 앉아 있었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흰꼬리수리의 숨 막히는 '쇼타임'
전날 이들 흰꼬리수리는 몇 차례 남대천 중·하류를 오르내리며 물고기 사냥을 했으나 실패해 온종일 먹지 못한 상태였다.

아침 해가 솟아오르고 갈대숲 뒤에서 갈매기가 커다란 물고기를 잡은 것을 보고 뒷산에 있던 유조가 이를 빼앗기 위해 재빠르게 날아왔다.

그러면서 전에 볼 수 없었던 숨 막히는 먹이 전쟁이 벌어졌다.

유조가 텃세를 부리는 조폭 까마귀의 공격을 뿌리치며 먹이를 먹으려는 순간 모래톱에 있던 아성조가 날아오면서 다툼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흰꼬리수리의 숨 막히는 '쇼타임'
다급해진 유조는 날카로운 발톱에 먹이를 꽉 움켜쥐고 아성조의 공격을 피해 날아올랐다.

아성조는 공중에서 유조의 먹이를 빼앗기 위해 날카로운 발톱으로 공격했지만, 유조도 먹이를 움켜쥔 채 필사적으로 저지했다.

공중에서 쫓고 쫓기는 순간에도 먹이를 놓고 몇 차례 합을 겨루며 전에 볼 수 없던 맹금류의 포스를 드러냈다.

거기에 까마귀까지 먹이를 빼앗기 위해 잠시 이들의 뒤를 쫓아다녔다.

유조는 먹이를 끝까지 놓지 않았고 좀 더 먼 곳으로 자리를 옮긴 곳에서 이들의 상황은 역전됐다.

아성조가 위에서 공격했고 이들은 서로 날카로운 발톱을 걸고 공중에서 몇 차례 회전하며 공격을 이어갔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흰꼬리수리의 숨 막히는 '쇼타임'
먹이까지 놓친 유조는 노련한 아성조의 공격에 순간 균형을 잡지 못하고 떨어지면서 물에 빠지는 수모까지 겪어야 했다.

결국 먹이는 누구 것도 아닌 게 됐지만, 그동안 비교적 순둥이였던 이들은 먹이를 놓고는 맹금류다운 대담한 포스를 보여줬다.

그렇게 흰꼬리수리의 숨 막히면서도 생생한 3분간의 쇼타임은 끝이 났다.

그들이 싸우면서 물에 떨어뜨린 물고기는 20여 분 후 머리가 하얀 성조가 와서 낚아 갔다.

아쉽게도 가장 치열하고 결정적인 순간은 카메라 포커스가 나갔고 그래서 머릿속에는 더욱 진하게 남아있다.

유조는 며칠 뒤까지 간간이 보였으나 이후 이곳을 떠났는지 보기 힘들었고 사이좋은 2마리는 아직 남대천을 지키고 있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흰꼬리수리의 숨 막히는 '쇼타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