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민의 HR 이노베이션] 새해 10가지 과제를 정했다면…3가지에만 집중하라
연초가 되면 대부분의 기업에서 올해의 경영 방침이 반영된 최고경영자(CEO)들의 신년사를 구성원들과 공유한다. 매해 신년사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아마도 ‘실행력’일 것이다. 특히 사업환경이 어려운 시기에는 ‘강한 실행력’이라는 단어가 기업경영 전반에 대두된다. 그렇다면 실행력의 본질은 무엇일까?

인간은 누구나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것은 바로 상식(common sense)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사건이나 현상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재능이다.

할머니가 무거운 짐을 들고 계단을 오르는 모습을 본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도와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할머니에게 도움을 주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실행력이란 사실 어려운 것이 아니다. 아주 간단하다.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하는 것은 행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실행력이다. 조직에서 실행력이 떨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에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위해 내가 해야 한다고 느끼는 것에 반하는 행위를 ‘자기 배반’이라고 한다. 자기 배반이 시작되면 우리는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부가가치 없는 일을 시작한다.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 상대방과 상황을 탓하며 환경의 희생자가 됐다고 느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할 수 없는 것에 초점을 맞추며, 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행동이 아닌 장애물에만 주목한다. 또한 우리는 회사에서 누구도 지시한 적이 없는 가짜 일들을 하는 데 많은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 본인의 약점을 숨기고 상대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면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인 척 살아간다. 만약 이런 가짜 일들을 그만두고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발휘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게 된다면 업무의 생산성은 놀랄 만큼 향상될 것이다.

조직 내에서 강한 실행의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현업 일선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회사의 유형자산들을 훔치거나 빼내어 가다가 적발되면 조직에서 강한 징계가 있는 것처럼 구성원들의 시간을 무의미하게 낭비하는 관행도 철저하게 근절해야 한다.

스웨덴은 6시간 근무시간을 적용하면서도 이전의 업무 생산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모범적인 국가다. 어떻게 이런 급진적인 일하는 방식의 변혁이 정착하게 됐을까? 답은 간단했다. “시간을 적게 주면 됩니다.” 결국 시간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줄여서 제공하면 구성원들은 핵심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웨덴 기업들이 6시간 근무시간 단축을 하면서 떠들썩한 제도 도입이나 이벤트를 연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업무의 궁극적인 목적이나 목표를 먼저 생각하고 한정된 시간이라는 자원을 적재적소에 투입했다는 것이다.

애플의 CEO인 스티브 잡스는 업무 우선순위를 정할 때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해 조직의 임원들에게 무례하고 예의가 없다는 비판을 듣곤 했다. 일례로 잡스는 애플의 고위 임원 100명을 초청해 내년도 애플의 핵심과제 10가지를 선정하는 전략 워크숍을 열었다. 임원들은 자신이 맡은 사업을 핵심과제 리스트에 올리기 위해 치열하게 논의했고 긴 논의 끝에 10가지 전략과제를 선정했다. 잡스는 10가지 전략과제 리스트를 살펴보면서 7가지 과제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줄을 쳐 지워버리며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저는 여기 10가지 과제 중 3가지만 집중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워크숍에 참석한 임원들은 자신이 어떤 일에 과감하게 자원을 투입할 것인지 명확히 알게 됐다. 모든 구성원이 개인의 상식에 입각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명확하게 구분해 실천한다면 2023년은 강한 실행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오승민 LG화학 인재육성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