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건설사 입맛에 좌우되는 '깜깜이' 미분양 통계
“사업장 전수 조사를 하면 지금의 두 배가량 미분양 주택이 늘어날 겁니다.”

대형 건설사에서 지방 분양 현장을 총괄하는 한 임원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말 기준 7년 만에 전국 미분양 주택 수가 6만 가구를 넘어서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한국경제신문의 보도에 “실상은 더한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말 기준 6만1000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한 해에만 약 4만4000가구의 미분양이 발생했다. 미분양 주택 증가세가 심상치 않자 정부도 부랴부랴 미분양 대책 수립에 나섰다.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게 대표적이다.

문제는 미분양 주택 통계의 정확성이다. 주택 시장의 바로미터라 불리는 미분양 주택 통계는 세제·대출 규제와 주택 공급 등 정부의 부동산 정책 수립에 주요 근거가 된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 정부의 미분양 주택 통계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미분양 주택 통계는 건설사나 시행사가 기초자치단체에 1차로 데이터를 보고하면, 광역자치단체를 거쳐 국토교통부에 최종 보고하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통상 최초 보고 데이터가 최종 미분양 주택 통계로 활용된다. 일부러 미분양 주택을 숨기거나 수치를 왜곡해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

건설업계에선 최초 보고 때부터 상당수 미분양 물량이 누락되거나 지연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중견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잔여 가구 판매 촉진 때문에 분양률이 낮은 현장의 미분양 주택 수를 솔직하게 신고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분양률이 최소 30~50%대로 올라올 때까진 미분양 주택 신고를 지연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국토부의 미분양 주택 통계엔 30가구 미만 아파트와 빌라, 300실 미만 오피스텔도 빠져 있다. 여기에 건설사들이 최초 신고에서부터 누락하거나 지연한 미분양 주택까지 더해지면 현재 공개된 수치를 훨씬 웃돌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분양 주택 수는 건설사의 영업 비밀일 수도 있는 예민한 문제라 어느 정도 강제성을 두고 보고를 의무화해야 할지 고민이 많은 부분”이라고 했다.

부동산 시장 상승기에는 허술한 미분양 주택 통계의 부작용이 덜할 수 있다. 하지만 하강 국면에선 자칫 오판에 따른 정책 실기로 이어져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가파른 금리 인상 여파로 살얼음판인 부동산 시장에 그 어느 때보다 정확한 통계와 정교한 정책 대응이 시급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