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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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진박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됐다.” (나경원 전 의원)

“사무총장 호소인을 심판하면 된다.” (이준석 전 대표)

모두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사진)을 겨냥한 말이다. 당대표 출마 의사를 내비친 나 전 의원에게 ‘제2의 유승민’ ‘반(反)윤 우두머리’라는 딱지를 붙인 장 의원이 선두에서 공격을 주도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이에 친윤·비윤 간 갈등이 재연되며 여당은 지난해 7월 ‘이준석 사태’ 이후 또다시 내홍에 빠졌다. ‘김·장 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를 통해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얻으려던 김기현 의원도 장 의원의 최근 행보를 부담스러워하면서 당내에서는 장 의원에 대한 ‘2선 후퇴’ 요구가 재차 제기되는 분위기다.

장 의원은 친윤계 내에서도 누구보다 윤심을 정확히 읽는 인사로 평가된다. 장 의원은 대선캠프 상황실장에 이어 당선인 비서실장을 맡으며 윤 대통령을 보좌했다.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대통령의 뜻’을 내세워 상황을 정리했다. 지난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당대표 차출설’이 나오자 “대통령께서는 그런 생각이 없다”며 주호영 원내대표를 공개 비판한 것이 단적인 예다.

윤 대통령의 의중이 궁금할 때마다 여권의 시선이 그의 입으로 향하는 이유다. 그렇다 보니 여권 내 영향력도 크다. ‘윤핵관’에 이어 ‘장핵관(장 의원 측 핵심 관계자)’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한 여권 관계자는 “다른 의원들이 우물쭈물할 때 장 의원은 먼저 나서서 대통령 의중을 읽고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힌다”며 “대통령 입장에선 든든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나경원 전 의원과의 설전을 계기로 당 안팎에서는 그의 ‘침묵’을 바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 의원은 지난 13일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직서를 내자 “친윤을 위장한 비겁한 반윤”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페이스북에 두 차례 글을 올려 ‘통속적인 정치신파극’ 등의 단어를 동원해 나 전 의원을 겨냥했다. 당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나 전 의원에게 ‘반윤’ 프레임을 씌우려는 전략으로 해석됐다.

정치권에선 장 의원의 행보가 여당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주자가 아니라 나 전 의원과 장 의원이 주목받고 있다”며 “여권 내홍이 뉴스를 장식하다 보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수사받는 상황은 부각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기현 의원 측 관계자도 “최근 김 의원이 장 의원에게 연락해 의견 표현을 자제하라고 전했다”며 “우리 입장에서도 ‘진박감별사’ 등의 얘기는 나오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16일 김·장 연대에 대해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했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한 라디오에서 “저렇게 떳떳하게 김·장 연대 설치고 다니면 이건 찍어줄 사람도 안 찍어준다”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지난해 6월 권성동 전 원내대표와의 불화설에 이어 7월 대통령실 인사 개입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8월에는 장 의원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좌초되자 “어떠한 임명직도 맡지 않겠다”며 2선 후퇴를 선언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