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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집중탐구


새벽배송 후발주자 오아시스…이커머스 상장 1호 타이틀 '눈앞'
몸값 1조 합리적인 평가일까, 증권가 반응 엇갈려
흑자경영 업체에도 IPO 잡음…구주 매출에 오버행까지
[마켓PRO] 흑자경영 '오아시스' 합리적인 공모가?…'이건' 알고 투자하자
"언론에서 우리랑 오아시스를 비교하는 것이 불편하네요."-A경쟁사 임원
"오아시스는 아직 작은 규모의 회사입니다. 저희를 따라오려면 한참 멀었습니다."-B경쟁사 관계자

치킨게임이 한창인 신선식품 새벽 배송시장에서 오아시스가 기업공개(IPO)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이커머스 상장 1호 타이틀을 거머쥘 것으로 전망됩니다. 경쟁사인 오아시스나 SSG닷컴이 상장 계획을 연기하자 그 자리를 오아시스가 가장 먼저 차지한 것. 그동안 경쟁사들의 무시를 받던 오아시스가 이커머스 IPO 시장에서 하나의 참고 지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상장 성패에 따라 후발 IPO 주자의 가치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죠.

오아시스는 지난 12일 금융당국에 코스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다음 달 7일부터 8일까지 수요예측을 실시하고 같은 달 14~15일 일반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죠. 오아시스가 제시한 공모가 밴드는 3만500~3만9500원 사이입니다. 이에 따른 공모 예정 금액은 1597억원에서 2068억원이죠. 만약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으로 확정받을 경우,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1조2535억원에 달합니다. 이는 지난해 9월 상장 예비 심사 청구 당시 최대 기업가치 1조5000억원을 목표를 내세웠던 것을 감안하면 '몸값'을 크게 낮춘 것이죠.

오아시스 공모가, 비싼가

그럼에도 이번 오아시스의 몸값을 두고 증권가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경쟁사 컬리가 기업가치를 최소 4조원을 제시한 것에 비해 비교적 합리적인 수준에서 책정했다는 의견이 나오나, 일각에선 불안정한 증시 상황과 성장성을 고려했을 때 여전히 비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죠.

오아시스는 코로나19 특수 누르며 급격히 성장한 신선식품 새벽 기업입니다. 2019년 1423억원이던 매출액은 2년 만에 150% 넘게 급증했습니다. 2021년 당시 매출액이 3569억원에 달했죠. 작년 3분기 누적 매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19.8% 늘어난 311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봤을 때는 성장세가 지속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성장세는 점차 둔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20년 오아시스의 전년 대비 매출 성장률은 67.67%였으나, 2021년 49.57%로 줄어들었죠. 이후 작년 3분기 누적 매출액에도 전년 동기 대비 19.8%의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액 규모는 늘어났으나 성장성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 최근 새벽 배송시장을 두고 이커머스는 물론 유통 공룡들까지 모두 뛰어들면서 새벽 배송시장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흑자경영에도 구주 매출은 '부정적'

그럼에도 오아시스가 시장에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요, 오아시스는 타 경쟁사와 다른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드는 옴니채널 전략을 활용하고 있죠. 오아시스는 압구정, 서초, 잠실 등 접근성이 좋은 서울 시내 곳곳에 운영 중인 53개 매장(증권신고서 제출일 기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작년 3분기 말까지 매출액 중 60%는 온라인(이커머스)에서, 32%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나왔습니다.

더군다나 오아시스는 국내 새벽 배송 업체 중 유일하게 흑자경영을 해온 업체입니다. 컬리 등 경쟁사들과 비교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컬리의 경우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죠. 적자 규모도 2017년 124억원에서 2020년 말 2177억원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사진=오아시스
사진=오아시스
오아시스는 컬리에 비해 매출액이 4분의 1 수준이지만 창사 이래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2019년 9억6000만원의 영업이익을, 이후 매년 96억원(2020년), 56억원(2021년)의 흑자를 달성했습니다. 작년 3분기 말까진 7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기도 했죠. 상장 심사를 담당하는 거래소 측에서도 영업이익이 흑자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빼면 전반적으로 괜찮은 회사로 보이지만, 주목할 점은 오아시스의 공모주는 신주모집 366만5000주(70.0%), 구주매출 157만1000주(30.0%)의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이죠.

IPO 정통한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 "그동안 구주매출이 있었던 IPO 기대주들은 대부분 부진한 수요예측이 이뤄졌는데, 최근 대표적으로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등이 있다"면서 "이들 기업은 결국 부진한 수요예측에 상장을 철회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오아시스도 최근 어려운 증시 상황과 높은 구주 매출을 감안하면 현 공모가는 여전히 비싸다는 분석이죠.

구주매출은 기존 대주주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일반 투자자들에게 파는 것을 의미합니다. IPO 시장에서 구주매출은 부정적 요인 중 하나죠. 공모 자금이 회사에 쓰이는 것이 아닌 대주주에게 흘러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오아시스 최대주주인 지어소프트 주가가 크게 뛴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버행 우려도…IPO 흥행 가능할까

여기에 오아시스의 초기 재무적투자자(FI)들까지 오버행(대규모 매각 대기 물량)에 합세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오아시스 최대 투자자인 한국투자파트너스를 비롯해 유니슨캐피탈,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오아시스 공모가격을 보고 투자금 회수 전략을 세우고 있죠. 이들은 총 오아시스 지분율(공모 직후) 약 20%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소 2배(공모가 하단)에서 최대 5배(공모가 상단)까지 수백억원의 투자 수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벤처캐피탈(VC), 투자조합 등 초기 투자자들의 보호 예수 기간은 최대 6개월에 불과합니다. 이들의 지분율은 18.74%에 달하죠. 일부는 보호예수조차 설정돼 있지 않습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오아시스는 새벽 배송기업 중 유일하게 흑자를 시현하고 있어 IPO에서 높은 몸값이 책정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으나 FI 엑시트(자금 회수)는 공모주 투자자들에겐 큰 변수"라며 "또 상당히 높은 구주 매출로 인해 오아시스에 공모 자금이 돌긴 보단 최대주주인 지어소프트 수혜가 예상되는 만큼, 오아시스 수요예측이 예상보다 부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상장 당시 증시 상황에 따라 오아시스의 IPO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기도 했습니다. 유통 섹터를 담당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오아시스의 경우 타 경쟁사 대비 합리적인 수준의 밸류에이션이 나름의 투자 포인트라고 생각하는데, 증시 상황에 따라 변수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과연 상장 후 1조원 이상의 몸값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전망도 엇갈리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아시스 예비상장사 프로필
공모가 밴드 : 3만500~3만9500원
예상 시가총액 : 9679억~1조2535억원
수요예측일 l 일반청약일 : 2월7~8일 l 2월14~15일
공모 예정 주식수 : 523만6000주(신주 모집과 구주 매출의 비중은 7 대 3)

<투자 포인트>
*작년 상장 예비 심사 청구보다 낮아진 공모가
*국내 새벽 배송 업체 중 유일하게 흑자경영
*성장성 둔화와 구주 매출, 초기 투자자들 엑시트는 부정적

<오아시스 실적-교보증권·증권신고서 참조>
[마켓PRO] 흑자경영 '오아시스' 합리적인 공모가?…'이건' 알고 투자하자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