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탈원전’ 대열에 합류했던 세계 각국이 다시 친원전으로 돌아서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영향으로 에너지 위기가 가시화된 데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 원전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하면서다.

유럽에서는 프랑스가 친원전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56기의 원전을 보유 중인 프랑스는 작년 2월 최대 14기의 신규 원전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 닥친 에너지난을 극복하기 위해선 원전 신규 건설과 노후 원전 운영 연장이 필수적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판단이다.

영국도 원전을 에너지 정책의 핵심으로 두고 있다. 영국 정부는 현재 16%인 원전 비율을 25%까지 늘리기로 하고 신규 원전 건설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5년까지 ‘탈원전’을 선언했던 벨기에는 작년 초 에너지 불안에 원전 운영을 10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동유럽 국가들도 잇따라 원전 건설에 나서고 있다.

탈원전 흐름의 단초를 제공한 일본도 최근 다시 원전 확대 움직임에 가세했다. 지난해 말 일본 정부는 노후 원전을 재건하고 최장 60년으로 규정된 원전 운영 기간을 확대하기로 했다. 한국처럼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높은 일본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에너지값 상승에 대처하기 위해서 원전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가나·사우디아라비아 등 아프리카 및 중동 국가들도 원전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세계 원전 가동 1위국인 미국은 2011년 이후 신규 원전 건설 계획 중 절반가량을 취소하며 원전 비중을 줄여왔다. 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탄소중립에 시동을 걸면서 원전을 에너지정책의 중심에 두고 있다.

한국은 정권이 바뀌면서 ‘탈원전’에서 ‘원전 르네상스로’ 정책이 180도 바뀌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32.4%(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