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주연·日감독…K콘텐츠 미래 '다양성'에 달렸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이종민의 콘텐츠 비하인드
‘닥터 스트레인지’의 스승은 원작에서 티베트인이었으나, 영화에서는 백인 배우가 연기하면서 화이트워싱 논란이 일었다. 화이트워싱이란 설정상 백인이 아닌 캐릭터를 백인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하는데, 보통 흥행을 위해 인지도 높은 백인 배우를 캐스팅하는 경우가 많다. 실화 기반 콘텐츠일지라도 화이트워싱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란에서 미국 대사관 직원들을 구출한 실화를 다룬 영화 ‘아르고’에서는 실제 주인공인 멕시코계 직원을 백인 배우가 연기했다.
최근에는 이에 대칭되는 개념인 블랙워싱이 뜨거운 이슈다. 흑인 배우가 캐스팅된 ‘인어공주’의 예고편에는 ‘싫어요’가 쇄도했고, 드라마로 만들어진 ‘반지의 제왕’은 원작에 없는 흑인 요정이 등장하면서 팬들로부터 많은 비난과 별점 테러를 받았다. 블랙워싱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설정에 맞지 않는 무리한 캐스팅으로 원작이 훼손되고, 콘텐츠 몰입도가 떨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더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인 할리우드가 이런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러 인종 배우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콘텐츠를 더 잘 팔기 위해서다. 글로벌 관객들은 더 이상 백인들만 출연하는 콘텐츠를 선호하지 않는다. 백인 비율이 60% 아래로 떨어진 미국 시장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콘텐츠의 핵심 소비층인 MZ세대들은 다양성을 매우 중시하기 때문에 콘텐츠회사들은 다양성을 소홀히 다룰 수 없다.
넷플릭스는 2년에 한번 다양성 리포트를 발표한다. 작년에 나온 보고서에 따르면 넷플릭스 콘텐츠에서 백인이 아닌 출연자가 32%를 차지했다. 미국 내 백인 비율과 비교해 보면 나쁘지 않은 숫자로 보이나, 주연으로 좁히면 백인이 72%로 압도적이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인종 다양성을 더 확대하는 것은 물론 여성, 성 소수자 등 다양성의 범위도 늘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디즈니 역시 앞으로 제작할 작품 주인공의 절반 이상을 인종적, 성적 소수자를 대변하는 캐릭터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양성은 이제 콘텐츠산업에서 거스를 수 없는 메가트렌드다. 물론 우리나라 콘텐츠의 다양성도 확대되고 있다. ‘헤어질 결심’처럼 외국 배우가 주연을 맡거나, ‘오징어 게임’같이 외국 배우들이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출연자의 다양성뿐 아니라 창작자의 다양성으로도 확장 중인데 영화 ‘브로커’나 드라마 ‘커넥트’는 외국 감독과 함께 만들었다. 또한 성적 다양성도 증가해 ‘슈룹’ 같은 드라마는 성 소수자를 과거와 다른 따뜻한 시선으로 끌어안는다.
K콘텐츠는 글로벌에서 활발히 소비되는 문화 상품이다. 많은 나라의 팬들에게 사랑받으며 수익이 커지고, 국격도 높아지지만,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한 것들 때문에 곤혹스러워지는 일도 많아졌다. 드라마 제목으로 다른 나라의 이름을 사용했다가 이슈가 되기도 했고, 베트남전쟁에 관한 대사 때문에 해당국에서 방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는 K콘텐츠의 글로벌 소비가 확대된 데 따른 성장통이며, 이를 통해 다른 나라와 다른 문화를 존중하며 제작하는 방법에 대한 교훈도 얻고 있다. 글로벌 소비자들은 콘텐츠에 타자에 대한 존중을 넘어 더 많은 다양성을 요구할 것이다. K콘텐츠가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꼭 풀어야 할 과제다.
이종민 CJ ENM IP개발센터장
최근에는 이에 대칭되는 개념인 블랙워싱이 뜨거운 이슈다. 흑인 배우가 캐스팅된 ‘인어공주’의 예고편에는 ‘싫어요’가 쇄도했고, 드라마로 만들어진 ‘반지의 제왕’은 원작에 없는 흑인 요정이 등장하면서 팬들로부터 많은 비난과 별점 테러를 받았다. 블랙워싱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설정에 맞지 않는 무리한 캐스팅으로 원작이 훼손되고, 콘텐츠 몰입도가 떨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더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인 할리우드가 이런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러 인종 배우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콘텐츠를 더 잘 팔기 위해서다. 글로벌 관객들은 더 이상 백인들만 출연하는 콘텐츠를 선호하지 않는다. 백인 비율이 60% 아래로 떨어진 미국 시장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콘텐츠의 핵심 소비층인 MZ세대들은 다양성을 매우 중시하기 때문에 콘텐츠회사들은 다양성을 소홀히 다룰 수 없다.
넷플릭스는 2년에 한번 다양성 리포트를 발표한다. 작년에 나온 보고서에 따르면 넷플릭스 콘텐츠에서 백인이 아닌 출연자가 32%를 차지했다. 미국 내 백인 비율과 비교해 보면 나쁘지 않은 숫자로 보이나, 주연으로 좁히면 백인이 72%로 압도적이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인종 다양성을 더 확대하는 것은 물론 여성, 성 소수자 등 다양성의 범위도 늘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디즈니 역시 앞으로 제작할 작품 주인공의 절반 이상을 인종적, 성적 소수자를 대변하는 캐릭터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양성은 이제 콘텐츠산업에서 거스를 수 없는 메가트렌드다. 물론 우리나라 콘텐츠의 다양성도 확대되고 있다. ‘헤어질 결심’처럼 외국 배우가 주연을 맡거나, ‘오징어 게임’같이 외국 배우들이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출연자의 다양성뿐 아니라 창작자의 다양성으로도 확장 중인데 영화 ‘브로커’나 드라마 ‘커넥트’는 외국 감독과 함께 만들었다. 또한 성적 다양성도 증가해 ‘슈룹’ 같은 드라마는 성 소수자를 과거와 다른 따뜻한 시선으로 끌어안는다.
K콘텐츠는 글로벌에서 활발히 소비되는 문화 상품이다. 많은 나라의 팬들에게 사랑받으며 수익이 커지고, 국격도 높아지지만,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한 것들 때문에 곤혹스러워지는 일도 많아졌다. 드라마 제목으로 다른 나라의 이름을 사용했다가 이슈가 되기도 했고, 베트남전쟁에 관한 대사 때문에 해당국에서 방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는 K콘텐츠의 글로벌 소비가 확대된 데 따른 성장통이며, 이를 통해 다른 나라와 다른 문화를 존중하며 제작하는 방법에 대한 교훈도 얻고 있다. 글로벌 소비자들은 콘텐츠에 타자에 대한 존중을 넘어 더 많은 다양성을 요구할 것이다. K콘텐츠가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꼭 풀어야 할 과제다.
이종민 CJ ENM IP개발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