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대상이 대졸자·경력자? 이제는 '온디맨드 인력소싱' 시대
미래는 언제나 관심 높은 주제다. HR분야 역시 일의 미래(Future of Work)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높은 관심만큼 그 예측과 우려도 매우 다양하다. 기계가 일하는 세상이 도래해 사람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가 있는가 하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일이 등장하기에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충고도 있다. 정규직이 점차 줄어들어 이를 플랫폼 노동자가 대체하리라는 예측과 함께 사무실 없는 일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런데 일의 미래에 대비하는 기업들의 움직임을 보면 그 관심도에 비해 소극적인 모습이다. 일의 미래 분야의 석학 제프 슈월츠(Jeff Schwartz)는 기업들이 미래에 대비하는 방식을 연구했는데, 일 자체를 새롭게 검토하거나 일하는 방식을 재설계하는 기업은 29%뿐이었다. 64% 기업이 기존 업무를 그대로 두고 비용을 줄이거나 업무 속도를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즉 기존에 일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지에 초점을 두고 자잘한 개선에 머무른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코로나 감염병을 거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들의 모습은 진일보했다. 코로나 사태는기존에 하던 일을, 기존에 하던 사람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것인가라는 최적화 관점에서 일과 사람, 그리고 일하는 방식을 원점에서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그렇다면 앞으로 마주할 일과 일하는 주체, 일하는 방식은 어떻게 변화할까? 인공지능, 빅데이터, 머신러닝, 가상현실 등으로 대변되는 디지털화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완전히 뒤바꾸고 있다. 특히 기업에서 일어나는 일의 상당 부분은 기계가 대체하거나, 전혀 다른 스킬이 필요한 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다보스포럼에서 발표한 ‘일의 미래 연구(Future of Jobs Survey)’에 따르면 제조업 업무의 14%는 기계가 대체할 것으로 예상한다. ICT산업은 이 수치가 18%에 이른다. 큰 폭의 스킬 변화가 예상되는 일도 44% 달할 것으로 본다.

사람을 채용하고 업무를 부여하는 방식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직무(Job)와 직무담당자(Jobholder)라는 기본 전제하에 직원을 채용하고 업무를 부여했다. 디지털화와 탈중계화는 이러한 인력관리와 업무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많은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예상하는 변화는 일이 직무의 세부 단위인 과업으로 ‘파편화’되고, 과업 단위로 고용이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다른 직무에 속해 있는 과업들이 결합하는 일의 ‘융합화’도 가속화되리라 예상한다.

일에 대한 구성원의 가치관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100세 시대 도래, 평생직장 붕괴 등은 구성원의 가치관에 변화를 주는 계기로 작용한다. 국내 직장인의 이직 의도와 관련 리멤버커리어의 2020년 조사 결과를 보면 10명 중 7명은 좋은 이직기회가 있다면 언제든 수락하겠다고 답했다. 좋은 이직기회는 곧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는 경력개발 기회라는 인식이다. 직장 생활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이냐는 잡코리아의 질문에도 ‘나 자신이 성장하는’이라는 키워드가 가장 많이 꼽혔다. 이제는 ‘회사에 다니는 나’가 아닌 ‘전문가로서의 나’를 추구하는 모습이다. 회사에 대한 몰입에서 경력에 대한 몰입으로, 회사를 고용주를 뛰어 넘어 성장의 파트너로 바라보고 있다.

일은 ‘지시받는 것’에서 ‘요구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자신의 업무를 본인이 직접 모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 범위 역시 사내·외 경계없이 이루어지는 모습이다. 전통적인 관점의 경력개발은 잡포스팅(Job Posting) 방식이 주를 이루었다. 조직에서 특정 직무나 프로젝트에 사람이 필요하면 사내에 공모하는 방식이다. 잡포스팅은 내부인력에게 새로운 업무에 도전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반면 여전히 개인이 아닌 조직 주도로 경력개발이 이루어지는 한계가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부서별 인력 공석과 그 직무를 수행할 구성원이 갖추어야 할 요건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를 통해 본인의 경력목표를 직접 탐색하고 찾아가도록 도와준다. 부서이동 외에 프로젝트, 애자일(agile) 조직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며 경력을 쌓기를 선호하는 구성원이 늘면서 이러한 현상은 보다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이제 일하는 장소는 문제가 되지 않는 모습이다. 자신의 일과 삶의 스타일에 맞게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조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은 이제 자연스럽다. 2022년 초 퀄트릭스(Qualtrics)가 실시한 연구에 의하면, 한국 직장인의 약 18%는 “회사가 재택근무를 없애고 사무실 근무로 전면 복귀를 요구하면 이직을 고려한다”고 한다. 하이브리드나 원격근무가 늘다보니 일을 하는데 있어 리더의 지시보다 자기 주도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상황이 늘고 있다. 여기에 데이터와 테크놀로지의 활용이 손쉬워지면서 일하는 방식 전반에 걸쳐 구성원의 자기 결정권이 확대된 모습이다.

일의 미래와 일하는 방식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HR의 혁신은 불가피하다. 회사와 구성원 간의 관계, HR 전략 및 우선순위에 있어 관점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우선 정규직, 비정규직이라는 전통적 고용구조 탈피를 고민해야 한다. 일의 파편화와 융합화가 일어나는 현상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기존 고용의 틀로는 한계가 있다. 조직 내·외 경계를 넘어 그때 그때 필요한 인재를 최적으로 조합하는 온디맨드(on-demand) 인력 소싱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대다수 기업이 초점을 둔 고용대상이 대학졸업자나 경력자 등이었다. 앞으로는 여기에 더해 퇴직자와 긱워커, 기계 등 그 대상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인력운영 방식 다변화도 주요한 고려 사항이다. 특정 부서에 소속되지 않고 사내 풀로서 인력 공유하기, 하나의 직무를 담당하지만 근무 시간 중 일부는 다른 포지션을 겸직하기, 포스팅을 통해 타 부서 프로젝트 병행하기, 정규직과 동일하나 업무의 시·공간을 특정하여 근무하기 등이 그 예다. 이런 다양한 근무형태에 대비하여 고용 기간과 처우를 맞춤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구성원별 맞춤형 인사제도를 염두해야 한다. 이제 노동시장의 구성원들은 회사보다는 자신의 경력이 우선이다. 본인만의 차별화된 경력목표와 일하는 이유가 있다. 다양한 구성원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원 사이즈 핏 올(One size fits all) 접근에 한계가 있다. 공통의 틀에 나를 맞추는 방식을 불공정하다고 인식한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본인의 상황에 맞춘 업무시간과 공간, 업무환경에 대한 선호가 제각각이다. 세대, 하는 일, 성격 등에 따라 구성원 제각각 동기부여 요소와 고충점이 다를 수 있기에, 개인화된 직원의 니즈를 살피고 이를 바탕으로 직원 개개인 관점에서 HR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일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어렵다고 현재에 머무를 순 없다. 기존에 해 오던 일과 일하는 방식을 고수하다 보면 어느 순간 미래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여러 연구에서 제시하는 방향성을 살펴보고 새로운 일과 일하는 방식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HR 혁신을 고민할 때다.

김주수 MERCER Korea 부사장 / HR컨설팅 서비스 리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