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진의 의료와 사회] 세계 최고 'K의료' 중동 진출 성공하려면…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미국 US앤드월드리포트(USNWR) 조사에서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 6위에 올랐다. K방산은 주문 쇄도로 바쁘단다. 반도체 다음으로 국가 경제를 견인하는 것 같아 기분 좋은 신년 벽두다. 반면 중국발 글로벌 경제위기로 어려울 거라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전망이나, 국가채무가 1100조원을 넘고 나라 살림이 58조원의 적자가 예상된다는 전망은 걱정스럽기도 하다.

2023년 한국 의료는 어떤가? 세계 경제강국이 된 만큼 의료분야의 발전도 있었다. 건강보험 재정적자가 걱정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 수준은 감히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 그만큼 이제는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해야 할 때가 됐다. 20여 년간 이과 1등 대부분이 의사가 됐으니 그래야 할 이유도 충분하다.
클리브랜드클리닉아부다비(CCAD) 전경.
클리브랜드클리닉아부다비(CCAD) 전경.
그러나 아쉽게도 의료 서비스로 K브랜드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중동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중동은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를 구매할 의사가 있고 능력도 있는 유일한 지역이다. 선진국은 구매 의사가 없고 저개발국은 구매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아랍에미리트(UAE)에 한국 의료기관이 진출한 지 10여 년이 지났다. 우리들병원과 힘찬병원 등은 다른 병원에 센터 형태로 입점해 있고, 서울대병원은 왕립병원 중 하나를 위탁 운영하고 있다. 모든 사례가 독립적인 우리나라 병원이 아니다. 왜 그런 것일까?

중동에서 민간 병원은 기업만이 설립할 수 있다. 직접 투자하고 경영해야 한다. 이런 특수성 때문에 비영리법인이면서 자본력이 약한 우리나라 병원에는 부담이 크다. 기업 경영의 경험이 없다는 것도 부담이다. 현지에 기업을 세워 현지 사업 파트너를 찾고 투자부터 설립까지 모든 과정을 거친 뒤 경영을 통해 수익 창출까지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식 의료 서비스의 비용 대비 효과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K의료를 보여줄 기회가 없는 셈이다. 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직접 병원을 설립하고 운영할 기회가 없으니 아쉽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방법은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가능하다. 국토교통부 산하에 있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가 모델이다. KIND는 우리나라 건설사들의 해외 사업을 돕는다. 해외에서 발주하는 사업들의 타당성조사를 지원하고, 자본조달을 지원한다. 특수목적법인(SPC) 지분의 30% 이내에서 직접 지분투자도 하고 대출도 한다.

보건복지부 산하에 가칭 ‘한국의료해외진출지원공사’를 만들어 해외 병원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해 보자. 건설사업도 해외 진출을 위해 지원 조직이 필요한데 의료사업에는 그 필요성이 더 크지 않겠나. 비영리법인인 우리나라 의료기관이 중동의 사업 파트너들과 협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중동에서 대형병원 사업을 하기 위해 만나야 하는 사업 파트너들은 대부분 왕가가 소유한 기업이거나 국부펀드다. 그들은 의료수가를 결정하는 공보험회사나 민간 의료보험회사에도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따라서 정부 대 정부로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해야 협상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니 중동 의료 진출을 위한 정부 차원의 조직 설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나아가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료기관과 글로벌 사업의 경험이 있는 경영 전문가의 팀워크가 절실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병원 경영은 매우 높은 경영 전문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의 플랫폼 역할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자국민 의료인이 부족한 중동국가들은 우수한 병원과 고급 의료 서비스의 수입을 강력히 원한다. 2023년에는 정부 지원에 힘입어 한국 의료가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