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매드맥스' 밀러 감독, '아라비안 나이트'로 7년 만에 컴백
인간은 끝없이 이야기를 갈망한다. 4일 개봉하는 ‘3000년의 기다림’(사진)은 이야기에 대해 열렬히 탐닉하고 찬사를 보내는 영화다. 감독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를 통해 전 세계 영화계를 화끈하게 달궈놓은 조지 밀러. 7년 만에 다시 돌아온 밀러 감독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며 전작과 아주 다른 분위기를 선사한다.

작품의 원작은 페르시아 설화 ‘천일야화’를 토대로 지어진 A S 바이엇의 소설 <나이팅게일 눈 속의 정령>이다. 감독은 작품 초반부터 이야기를 연구하는 서사학자 알리테아(틸다 스윈턴)의 내레이션 등을 통해 인간의 삶에서 이야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풀어놓는다. 그러면서 소원을 들어주는 정령 지니(이드리스 엘바)가 지난 3000년 동안 일어난 일들을 알리테아에게 쏟아내도록 한다. 솔로몬 왕과 시바 여왕의 사랑 이야기, 사람 목숨을 가볍게 여기다 이야기에 빠져 살육을 멈춘 어느 왕의 이야기 등 고전적 설화들이 줄거리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이 이야기들을 듣고 있으면 이야기가 지닌 매력 자체에 흠뻑 빠지게 된다.

영화는 이야기와 더불어 사랑에 대한 찬사를 보낸다. 알리테아는 결국 지니와 사랑에 빠진다. 혼자서도 잘살고 있던 알리테아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새로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셈이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인간 본연의 고독과 갈망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를 어루만져줄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고, 서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낸다.

영화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로 볼 맛을 더한다. ‘설국열차’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등으로 잘 알려진 스윈턴, ‘분노의 질주: 홉스&쇼’ ‘비스트’ 등에 출연한 엘바의 호흡이 잘 어우러진다. 영화 초반 두 인물이 펼쳐내는 장시간의 말싸움이 지루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도 뛰어난 호흡 덕분이다.

현학적이고 함축적인 표현들이 영화를 다소 모호하게 느껴지게도 하지만 영화관을 나설 때는 이야기의 힘이 얼마나 크고 강력한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곱씹어 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