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잘 차려진 문학 식탁…여성 작가 강세 속 장르 다채

윤흥길 '문신' 완간·이인성 소설집…하성란·천운영·구병모 등 신작
정보라·김언수·윤고은 장르 소설…작년 노벨문학상 에르노 미출간작도

지난해는 소설이 많이 읽히며 문학 안에서 위로를 받는 시간이었다.

계묘년(癸卯年)에도 이런 분위기는 이어질 전망이다.

독자들의 오랜 지지를 받는 중견부터 새 흐름을 내는 젊은 작가들까지 신작을 예고했다.

등단 55주년을 맞은 윤흥길과 43주년이 된 이인성이 오랜 세월 집필한 작품으로 독자들과 만난다.

하성란, 천운영, 정이현, 구병모, 강화길 등 여성 작가들의 신작도 쏟아진다.

지난해 소설집 '저주토끼'로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를 비롯해 김언수, 윤고은 등 장르 소설로 호평받는 작가들이 만들어낼 바람도 기대된다.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아니 에르노의 국내 미출간작 등 해외 작가들의 대표작도 나온다.

◇ 중견부터 젊은 작가까지…세대·장르 다양
윤흥길은 집필에서 출간까지 20년이 걸린 '문신'(문학동네) 4·5권을 올봄 동시에 펴내며 대작을 완간한다.

'문신'은 황국신민화 정책과 강제노역이 한창인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는 한 가족의 엇갈린 신념과 욕망,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완간 전인 2020년 박경리문학상 수상 당시 그는 "5부작을 끝내면 내 대표작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인성은 1999년 '강 어귀에 섬 하나' 이후 24년 만의 소설집인 연작중편집 '돌부림'(가제·문학과지성사)을 선보인다.

중편 '돌부림'과 '한낮의 유령' 등이 수록될 예정이다.

'글맛'으로 독자층이 두터운 이기호는 여름께 9년 만의 장편 소설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가제·문학동네)을, 지난해 소설가들이 뽑은 '올해의 소설'인 '이토록 평범한 미래'의 김연수는 아끼는 문학 작품을 고른 독서 에세이(문학동네)를 하반기 펴낸다.

장르적 개성이 뚜렷한 작가들이 펼칠 작품 세계도 기대된다.

범죄스릴러 '설계자들'로 북미와 유럽에서 K-스릴러 열풍을 일으킨 김언수는 올가을 장편 '빅아이'(문학동네)로 독자들과 만난다.

그간 출간이 연기된 작품으로, 작가는 이 소설을 위해 6개월간 원양어선을 탄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판타지와 과학소설(SF), 호러를 아우르는 정보라는 부커상 이슈 이후 첫 장편 소설(다산북스)을 8월에 내고, 지난해 '밤의 여행자들'로 영국 추리작가협회 대거상을 받은 윤고은은 한국인 예술가가 겪는 기묘한 이야기를 다룬 장편 소설 '불타는 작품'(가제·은행나무)을 6월에 선보인다.

다채로운 서사와 필력을 자랑하는 여성 작가들의 신작은 즐비하다.

1996년 '풀'로 등단한 하성란은 하반기 장편 소설(창비)을, 2000년 '바늘'로 등단한 천운영은 다음 달 10년 만의 소설집 '반에 반의 반'(문학동네)을 펴낸다.

구병모는 여름에 4년 만의 소설집 '있을 법한 모든 것'(문학동네)을, 강화길은 7월 진짜와 가짜가 뒤바뀐 한 사람의 인생을 담은 장편 소설 '치유의 빛'(가제·은행나무)을 내놓는다.

정이현의 장편(창비)과 백수린의 장편 '이토록 아름다운'(가제·문학동네), 이서수의 소설집 '미조의 시대'(가제·은행나무), 장류진의 소설집(창비), 손보미의 소설집 '사랑의 꿈'(문학동네), 김금희의 산문집 '내 방의 여름 군락지'(문학동네)도 기대작이다.

시인들은 시집과 에세이, 인터뷰집 등 여러 형식을 오간다.

등단 55주년을 맞는 강은교(열림원)와 오은, 이장욱, 김소연, 이병률, 곽효환(이상 문학과지성사) 등이 새 시집을 출간한다.

이달 안미옥의 시집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와 5월 백은선의 시집, 10월 문보영의 시집(이상 문학동네)도 예고됐다.

해외에서도 작품 세계를 인정받는 시력 44년의 김혜순은 황인찬 시인과 나눈 삶과 문학 이야기를 '김혜순의 말'(마음산책)로 펴낸다.

지난해 대산문학상 수상 시인 나희덕(문학과지성사)과 박연준(창비·마음산책), 박준(창비)은 에세이를, 루이즈 글릭 등의 시를 우리 말로 옮긴 영문학자 정은귀는 산문집(마음산책)을 낸다.

올해는 고(故) 최인호 작가 10주기로 9월 산문집 '꽃밭'(열림원) 등이 표지를 바꿔 재출간된다.

다음 달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1주기에는 '이어령 대화록 2: 젊은이는 늙고 늙은이는 죽어요'와 '이어령 강의 1-지의 피라미드'(이상 열림원)가 나온다.

앞서 이달 고인의 부인인 강인숙 영인문학관장의 에세이 '글로 지은 집: 구십 동갑내기 이어령 강인숙 부부의 주택 연대기'(열림원)가 출간된다.

박해영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대본집'(다산북스)과 가수 이적의 첫 산문집 '이적의 단어들'(김영사)도 눈길을 끈다.

아동문학계에선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유명한 황선미의 동화창작론 '동화로 세상 읽기'(가제·문학과지성사)와 지난 40년간 아동청소년 작품을 써온 이금이의 새 청소년소설 '편집'(가제·문학동네)이 독자들과 만난다.

◇ 아니 에르노 등 노벨상 작가부터 고전 거장까지
해외 작품 중에선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아니 에르노의 국내 미출간작들이 눈에 띈다.

열린책들은 지난해 11월 프랑스에서 증보판으로 출간된 '아니 에르노 자서전: 이브토로 돌아가다'와 에르노가 1993~1999년 주변 세계를 관찰한 일기 '표면의 삶', 1985~1992년 일상을 일기 형식으로 담은 '외면 일기'(가제) 등 3권을 펴낸다.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의 마지막 소설 '만년양식집'(문학동네), 201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올가 토카르추크 소설집 '기묘한 이야기'(민음사)도 모두 8월에 나온다.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된 작가들 작품도 잇따른다.

살만 루슈디가 세르반테스의 고전 주인공 돈키호테를 TV에 심취한 노인으로 변주한 소설 '키호테'(문학동네)가 9월에 출간된다.

필립 로스의 역사 소설 '미국을 노린 음모'(문학동네)와 그가 평생 쓴 글을 모은 산문집 '왜 쓰는가?'(문학동네)는 올봄에 나온다.

찬쉐의 데뷔작 '황니가'(열린책들)와 중편소설 '노쇠한 뜬구름'(가제·열린책들)도 예정돼 있다.

2013년 공쿠르상 수상 작가 피에르 르메트르의 '우리 슬픔의 거울'(열린책들)과 2017년 부커상 최종 후보작인 폴 오스터의 대작 장편 '4 3 2 1'(가제·열린책들)도 신작 리스트에 있다.

20세기 모더니즘 3대 걸작에 꼽히는 두 작품인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전 3권, 문학동네)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전 2권, 문학동네)도 2월과 4월에 각각 출간된다.

이미 영상화가 결정된 소설도 주목된다.

7월에 출간될 안 세르의 데뷔작 '가정교사들'(가제·은행나무)은 영화로 제작될 예정으로 '오징어게임' 배우 정호연이 릴리 로즈 뎁 등과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8월에 나올 진위청의 소설 '번화'(전 2권, 문학동네)는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이 '화양연화'와 '2046'을 잇는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으로 택해 중국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상하이를 배경으로 근현대사를 겪은 세 청춘의 삶을 그렸다.

열린책들이 펴낼 닐 셔스터먼의 장편 소설 '수확자 3부작'도 유니버설이 영화로 제작할 예정이다.

1993년 '개미'로 한국에 소개된 지 30년이 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도 나온다.

1991년 데뷔한 그가 30주년을 맞아 작품과 글쓰기 노하우 등을 정리한 '베르베르 회고록: 한 개미의 회고록'(가제·열린책들)과 신간 '꿀벌의 예언'(가제·열린책들)이 잇달아 나온다.

문학과지성사가 펴낼 한국 태생 미국 작가 권오경의 장편 소설 '방화범들'도 한국계 작품 흐름을 이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