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우파 성향이 짙은 정권이 출범했다. 15년 이상 집권한 최장수 총리라는 기록을 가진 베냐민 네타냐후(73)가 1년 반 만에 총리로 복귀했다. 중동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29일(현지시간) 특별총회를 열고 네타냐후가 이끄는 우파 연립정부를 승인했다. 이로써 지난해 6월 반대파의 ‘무지개 연정’에 밀려 실권했던 네타냐후는 총리직을 되찾았다.

네타냐후는 1996년부터 1999년까지 3년 동안 총리를 지낸 뒤 2009년부터 12년여간 4연속 집권하며 역대 최장수 총리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이번에 여섯 번째로 총리직에 오르면서 자신의 기록을 또다시 경신할 전망이다.

이번 연정에는 네타냐후의 리쿠드당과 ‘독실한 시오니즘’, ‘오츠마 예후디트(이스라엘의 힘)’, 노움 등 극우 정당 3개에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인 샤스, 보수 유대 정치연합인 토라유대주의연합(UTJ)이 참여한다. 유대 민족주의와 유대교 근본주의 성향이 강한 정당이 대거 모여 이스라엘 사상 가장 강력한 우파 성향을 띠게 됐다.

과거 네타냐후는 좌파 성향 정당도 연정에 끌어들이며 균형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부패 의혹이 불거진 뒤에는 중도나 좌파의 협력을 얻기 어려워져 극우 세력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파 정치인인 네타냐후의 리쿠드당이 연정에서 가장 온건하다는 평이 나올 정도다.

각국은 네타냐후의 극우 연정이 중동 정세에 미칠 여파에 주목하고 있다. 극우 인사들이 팔레스타인 관련 요직을 차지해서다. 극우 성향 오츠마 예후디트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대표는 경찰을 관장하는 국가안보장관을 맡았다. 그는 유대인 테러리스트 단체를 지원한 등의 혐의로 2007년 유죄 판결을 받은 인물이다. 역시 극우 정당인 독실한 시오니즘의 베잘렐 스모트리히 대표는 재무장관직과 더불어 점령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이스라엘 명칭 사마리아)의 유대인 정착촌 관할 업무를 맡았다. 연정은 정착촌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서방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네타냐후는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갈등을 끝내고,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좌절시키겠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