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캐나다 이주' 검색한 순간은…트럼프 당선·낙태권 폐기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나 대법원의 주요 판결 등 굵직굵직한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 구글에서 '캐나다 이주'를 검색하는 미국인들이 급증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 캐나다로 이주한 미국인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 보도했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2004년 이후 미국인들의 '캐나다 이주' 검색은 2016년 11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때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는 같은 해 3월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의 경선 승리, 2004년 11월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선, 2020년 11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등의 순이었다.

최근에는 지난 6월 미국 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하던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폐기했을 때 또다시 급증했다.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서도 미국을 영원히 떠나고 싶다고 말한 미국인은 15%에 달했고, 더 많은 사람이 적절한 상황이라면 해외로 이주를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를 실행에 옮기는 미국인은 많지 않다고 WP는 전했다.

이민학자인 아만다 클레코브스키 폰 코펜펠스는 선거 후의 불평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이유로 고향을 떠나는 미국인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인 '캐나다 이주' 검색한 순간은…트럼프 당선·낙태권 폐기
미국은 전 세계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나라다.

미국 다음으로 이민자들이 많은 독일이나 사우디아라비아보다 약 3배 많은 이민자를 수용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로 떠다는 이민자가 얼마나 있는지 순위를 살펴보면 26위에 그친다.

미국 국적의 정치적 난민도 극소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유엔난민기구에 등재된 미국인 난민은 독일과 영국, 캐나다를 주요 목적지로 하는 426명에 불과했다.

이는 시리아(680만 명), 아프가니스탄(270만명), 남수단(240만 명)의 난민 수와 비교하면 아주 적은 수치다.

클레코브스키 폰 코펜펠스는 터프츠 대학의 헬렌 매로우 교수와 한 공동연구에서 미국인들은 정치적 동기보다는 탐사나 모험 등 색다른 경험을 위해 해외 이주를 원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해외 이주에는 거의 하나 이상의 원인이 있으며 해외에서 은퇴하거나 일하고 싶은 욕구나 국내의 나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가장 흔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연방정부 차원의 공식 집계는 없지만, 해외 미국인의 투표를 돕는 연방투표지원프로그램(FVAP)에 근무하는 컨설턴트들은 2018년 기준 해외에 거주하는 미국인을 480만 명 정도로 추정했다.

클레코브스키 폰 코펜펠스는 "탐사는 다수의 미국인이 해외 이주를 원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라면서도 "직업이나 파트너, 해외 유학, 봉사 등을 위해 해외로 이주하려는 미국인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