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경기둔화에 내년에도 집값 하락세 지속 전망
금리인상 종료시점·거시경제·규제완화 등이 변수
입주물량 증가, 매매→전세 전환에 역전세 우려 커져…월세화도 지속

지난해까지 무서운 기세로 치솟던 주택 매매 가격이 올해 들어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과 집값 고점 인식 등에 상승세가 급속도로 꺾이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극심한 거래절벽 속에 올해 전국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하락을 기록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경기침체 여파로 집값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대내외 경제 상황을 비롯해 기준금리 인상 폭과 속도가 집값의 향후 추이를 결정할 변수로 꼽히고 있다.

[2023전망] 주택시장 역대급 빙하기 지나 살아날까
◇ 내년 집값 2~4% 하락 전망…상반기 약세, 하반기 다소 회복 가능성
2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관련 민간 연구기관들은 일제히 내년 집값 하락을 전망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내년 전국 주택가격이 올해 말 대비 3.5%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고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2.5% 하락을 점쳤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내년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3~4% 떨어지고, 주택가격이 2024년 전후로 저점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집값 하락세 지속 전망의 주요 요인으로는 고금리와 어려운 대내외 거시경제 상황이 지목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기준금리 상한에 대한 불확실성은 내년 집값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며 "절대적인 외부 변수 영향을 국내 정책 몇 가지를 수정해 보완한다고 해서 상쇄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내년 한국경제 상황이 금리보다 주택가격을 끌어내리는 데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고금리는 지속되겠지만 추가 상승 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돼 금리는 더는 변수가 아닌 상수"라며 "거시경제가 얼마나 침체하냐가 더 큰 변수"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21일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6%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6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전망치(2.5%)보다 0.9%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다만 내년 상반기 기준금리 인상이 마무리된 후 하반기부터는 집값 낙폭이 작아지고 하락세가 다소 둔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산연은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정점을 지나고 완화된 공시가격과 주택 세제가 시행되는 내년 4월 이후부터 하락 폭이 둔화하기 시작해, 기준금리가 하향 전환될 가능성이 큰 내년 4분기에는 수도권 인기 지역부터 보합세나 강보합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정부의 보유세와 양도세 등 세제 인하 방침도 변수다.

정부는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 2주택자의 종부세 중과세율을 폐지하고 공제금액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하는 등의 세제 개편을 추진할 계획이다.

내년 5월 9일 종료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도 2024년 5월 9일까지로 1년 연장한 뒤 내년 세법 개정을 통해 관련 과세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다주택자들이 무리하게 집을 팔려는 사람이 줄면서 '급급매' 거래가 줄고 집값 하락폭도 둔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서울지역을 포함한 규제지역 완화 여부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신한은행 우병탁 WM컨설팅센터 팀장은 "내년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막기 위한 세제 개편안의 국회 통과 여부, 규제지역 추가 해제에 따른 대출·세제·청약 규제 완화 여부 등도 시장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3전망] 주택시장 역대급 빙하기 지나 살아날까
◇ 입주물량 늘고 대출이자 부담에 전세의 월세화 지속…역전세 우려↑
올해 고금리와 집값 하락 전망에 주택 매매 수요가 임대차로 전환되는 추세와 전셋값 하락세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내년 전국 주택 전셋값을 4.0% 하락으로 전망했고 대한건설정책연구원도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이 3~4%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매수세가 줄면서 전세로 수요가 추가 유입되고, 월세가 높아지면서 다시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수요가 회복돼 내년에는 전세가 0.5% 소폭 오르며 하락세를 끝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입주 물량이 늘어나는 데다 거래 위축으로 매매 물건이 전세로 전환되면서 전세 물량이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셋값이 추가 하락하면서 역전세 우려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직방에 따르면 내년에는 올해(25만6천595가구)보다 18%가량 많은 수준인 총 30만2천75가구(413개 단지)가 입주할 예정이다.

수도권은 올해보다 9%, 지방은 29% 입주 물량이 증가한다.

부동산R114가 집계한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올해보다 약 2만가구 늘어난 35만853가구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입주가 한꺼번에 몰리는 지역에서는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못하거나 전세 세입자를 못 구하는 등 자금조달 문제로 입주가 늦어지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며 "신축으로 임차수요가 이전하면 인근 구축의 전셋값 하락 폭이 커지면서 역전세 우려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시장 신규 공급 여건이 악화하면서 규제 완화에도 분양 물량은 크게 늘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R114가 연합뉴스와 공동으로 조사한 민영아파트 분양계획에 따르면 내년 전국에서는 25만8천여가구가 분양에 나선다.

계획 물량 기준으로는 2014년 이후 9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마저도 대다수 건설사가 경기둔화와 미분양 우려에 내년 분양 계획을 확정 짓지 못한 결과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분양 물량이 올해 30만호에서 내년 25만호로 올해에 이어 2년 연속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아파트 분양시장은 전매차익 기대 약화와 중도금 집단대출 이자 부담 등으로 선호도가 떨어지는 지역은 청약 인기가 줄어드는 양극화가 발생하겠다"며 "미계약, 미분양, 미입주도 다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