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19~20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주요국 중 유일한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할 전망이다. 그러나 19일 엔화 가치는 올랐다. 일본 정부가 내년에 통화완화 기조를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일본은행이 이날부터 20일까지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초저금리와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10월 물가상승률이 3.6%로 40년9개월 만의 최고치라는 발표가 나온 11월에도 당분간 양적완화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일본의 단기금리는 연 -0.1%, 장기 금리는 연 0±0.25%다.

그러나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개장 초 달러당 135.78엔까지 떨어졌다. 전 거래일 대비 0.6% 하락했다. 그만큼 엔화 가치가 올랐다는 뜻이다. 지난 17일 교도통신이 일본 정부가 내년 4월 이후 초저금리 및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보도한 영향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내각은 2013년 아베 신조 내각이 일본은행과 공동 발표한 경기부양 성명의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성명의 핵심은 가능한 한 빠르게 물가상승률 2%를 달성하는 것으로 이후 약 10년간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의 근간이 됐다. 교도통신은 “기시다 내각이 구로다 총재가 퇴임하는 4월 이후 차기 총재와 세부 사항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본은 1990년대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장기 불황에 내몰렸다. 기업과 가계가 빚에 시달리면서 고용과 소비가 위축됐고, 경제성장률과 물가가 오랜 기간 침체됐다.

그러나 올해 우크라이나전쟁이 터지고 미국 중앙은행(Fed)에 이어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자 문제가 생겼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커지며 통화 가치가 급락했고 물가는 뛰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10월 약 32년 만에 심리적 저지선인 150엔을 돌파했다.

이 때문에 10월 열린 직전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일부 참가자가 금융완화 정책의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