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집회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세종로 광화문 광장. 근처 건물에서 관리소장으로 일하는 최모 씨(66)는 “평일보다 주말에 할 일이 더 많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몰려와 엉망진창이 된 건물을 월요일 전까지 청소해야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집회 참가자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와 커피부터 도시락까지 온갖 음식을 먹고는 그 자리에 쓰레기를 버린다”며 “취식 금지 공간이니 음식을 먹지 마시라고 말씀드려도 ’우리 엿 먹이려고 일부러 그러는거냐’고 위협한다”고 토로했다.

집회 장소로 새롭게 떠오른 용산 대통령실 인근도 사정은 마찬가지. 용산구의 한 아파트는 개방돼있던 아파트 상가 화장실에 최근 도어락을 설치했다. 집회가 열리는 날이면 화장실이 온통 쓰레기와 가래로 범벅이 돼서다. 이곳 아파트 관리소장 고모 씨(67)는 “집회 참가자들이 몰려와 단지 안에 있던 흡연구역도 없앴다”며 “이제는 어린이공원에서 담배를 피우던데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거리두기가 풀리면서 도심은 물론 주거지역에서도 집회가 잇따르지만, 일반 시민들이 취할 수 있는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최근 법원이 가처분 결정을 내린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민들의 집회도 마찬가지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의 우회를 요구하며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서울 한남동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를 이어가자 현대건설과 용산구 한남동 주민 대표 등은 법원에 ‘시위금지 및 현수막 설치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은 신청 대부분을 받아들여 정 회장 자택으로부터 100미터 거리 내에서의 집회를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법원의 결정도 결국 임시방편인데다 정 회장 자택만 보호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민사소송을 통한 구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택할 경우 지속적이고 반복적 피해를 봤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입증 책임도 원고에게 있다. 이민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법원도 손해배상 금액을 거의 인정해주지 않는 입장”이라며 "법원에 집회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방법이 그나마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형사 고발을 거쳐 경찰의 수사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불특정 다수가 참가하는 집회 특성상 집시법을 위반한 특정인을 지목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경찰이 불법 집회를 일삼은 자를 입건하려면 문서 송달부터 이뤄져야 하는데 이 단계부터 막힌다.

“집회 측의 스피커를 부숴 이 문제를 형사 사건화 해야 한다” 자조까지 나온다. 이승우 법무법인 법승 변호사는 “집회 측이 ‘스피커가 파손됐다’며 신고하면 상대 인적 사항을 특정할 수 있다”며 “특수재물손괴로 입건되겠지만 상대 불법행위에 대한 저항으로서 정당방위를 주장하거나 스피커를 부수는 것 외엔 구제책이 없다는 점에서 긴급피난을 주장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이런 극단적인 방법까지 고민해야 할 만큼 마땅한 수단이 없다”며 “법적 도구가 없다는 사실에 법조인으로서 자괴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