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사진=연합뉴스
"매매요? 전·월세 계약이라도 있는 게 다행이에요. 이마저도 없어서 힘들어하는 부동산 공인중개업소도 많더라고요."(서울 강남구에 있는 A 공인 중개 대표)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거래절벽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분간은 '보릿고개'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1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매매 건수는 641건이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1360건이었는데 이에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거래가 줄어든 것입니다. 올해 가장 낮았던 10월(558건)보다는 거래가 소폭 늘었지만, 여전히 1000건을 밑돌면서 '거래 절벽'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도 여전히 한 자릿수만 거래된 자치구가 있습니다. △성동구 8건 △강북·종로구 7건 △광진·중구 6건 등 5개 자치구는 극심한 거래 가뭄을 겪고 있습니다.

그나마 전세 계약 건수는 매매보다는 낫습니다. 11월 기준 서울에서 맺어진 전·월세 계약은 1만3277건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7799건보다는 4000건 넘게 줄어들었지만 매매 건수처럼 반토막 나진 않은 상황입니다.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 사진=연합뉴스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대표는 "최근 대단지 입주장이 시작되면서 그나마 전·월세 계약으로 버티고 있다"며 "매매는 거의 없는 게 사실이다.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매매는 거의 계약이 맺어지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급급매'도 겨우 거래되는 수준"이라며 "그나마 임대차 수요가 있어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그나마 입주장이라도 선 곳은 다행입니다. 새로운 단지 입주 계획이 없고 세입자들이 움직이지 않는 지역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중개사들은 거래 자체가 없어 힘들다고 토로합니다.

성북구 정릉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원래 이 지역은 세입자들이 이동이 많지 않은 곳"이라면서 "기존 세입자들은 전세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이미 계약을 연장하는 등 임대차 수요가 그리 많지 않다. 문의 전화를 받은 지도 오래됐다"고 했습니다.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요즘엔 부동산을 거치지 않고 집주인과 세입자가 직접 계약하기도 하고, 집주인이 부동산에 물건을 내놓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세입자를 찾는 등 중개업소를 통하지 않는 집주인과 세입자가 많아 수입이 더 줄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 금리 홍보물.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 금리 홍보물. 사진=연합뉴스
당분간 '거래 절벽'에 따른 공인중개사들의 어려움은 지속될 전망입니다. 금리가 당분간은 고공행진 할 전망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통화정책회의(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 3.75~4%에서 4.25~4.5%로 0.5%포인트 인상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한 공인 중개 관계자는 "금리가 높아 매매는 물론 전세까지 거래가 안 되는 상황인데 금리가 이 정도 수준을 계속 유지한다면 거래량이 회복되긴 어렵지 않겠느냐"고 귀띔했습니다.

한편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10월 기준 서울에서 폐업한 공인중개업소는 249곳으로 나타났습니다. 휴업도 14건에 달했습니다. 신규로 개업한 공인중개업소는 201건인데 새로 연 곳보다 문을 닫거나 쉬는 곳이 더 많은 상황입니다.

실수요자와 세입자들의 심리는 더 위축되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2월 첫째 주(5일) 기준 65.7을 기록했습니다. 전세수급지수도 65.1입니다. 이 지수는 기준선인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워질수록 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매매시장에선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보다 집을 팔려는 집주인이, 임대차시장에서 집을 찾는 세입자보다 집을 내놓는 집주인이 더 많단 의미입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