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게이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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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당초 예상보다 4년 빠른 2023년 일본을 역전할 전망이다. 기록적인 엔저(低)와 고령화의 영향이다. 무리한 '제로 코로나 정책'의 여파로 중국 경제는 예상과 달리 미국을 추월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 계열 경제연구소인 일본경제연구센터는 15일 '아시아경제 중기 예측'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1인당 GDP가 2022년 대만, 2023년 한국에 차례로 따라잡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보고서에서는 한국이 2027년 일본을 앞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역전 시점이 4년 앞당겨졌다. 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2021년 일본의 1인당 GDP는 3만9583달러로 3만4940달러의 한국, 3만2470달러의 대만을 각각 13%와 22% 앞섰다.

일본의 1인당 소득이 예상보다 빨리 한국과 대만에 역전을 허용하는 것은 30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엔화 가치 때문이다. 작년 말부터 올해 11월까지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20% 하락했다. 원화와 대만달러의 하락폭은 10% 남짓이었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2035년 한국의 1인당 GDP(회색 실선)가 6만달러를 웃도는 반면 대만(갈색 점선)과 일본(갈색 실선)은 5만달러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다. (자료 : 니혼게이자이신문)
일본경제연구센터는 2035년 한국의 1인당 GDP(회색 실선)가 6만달러를 웃도는 반면 대만(갈색 점선)과 일본(갈색 실선)은 5만달러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다. (자료 : 니혼게이자이신문)
대만의 국민소득이 한국보다 먼저 일본을 추월한다는 것은 올해 한국의 1인당 GDP가 대만에 따라잡힌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은 2023년 다시 대만을 추월한 이후 2035년 이후에도 동아시아 1위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5년 한국의 1인당 GDP는 6만달러를 웃도는 반면 대만과 일본은 5만달러대일 것으로 예상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과 대만은 행정서비스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디지털 대전환(DX)에서 일본을 앞서기 때문에 1인당 GDP 역전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0년대 한국과 대만의 노동생산성은 1인당 GDP를 5%포인트 웃도는 반면 일본의 생산성 우위는 2%포인트에 그칠 전망이다. 그 결과 2020년대 대만과 한국의 1인당 GDP 연평균 증가율이 6.2%와 4.8%에 달하는 반면 일본은 1.3%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됐다.

고령화도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15~64세 생산연령인구로 나눈 일본의 1인당 GDP는 2031년 한국에 역전당할 전망이다.

일본의 1인당 GDP는 2007년 싱가포르, 2014년 홍콩에 따라잡혔다. "한국과 대만에도 추월을 당하면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아시아 4개의 용'에 모두 따라잡힌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한편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중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을 추월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소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2033년 중국의 경제규모가 일시적으로 미국을 앞설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도시 봉쇄와 미국의 중국 수출규제로 인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부진의 늪에 빠지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