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일본 관광청 설립 후 관광산업 괄목할 성과
엔데믹 접어들었지만 관광청 신설·제주배치 공약 '미적미적'

윤석열 대통령의 '관광청 신설 및 제주 배치' 공약이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제주에 감돌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 엔데믹(코로나의 풍토병화)에 접어들면서 전 세계는 단단히 걸어잠갔던 빗장을 풀고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안전하고 쾌적한 관광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재편, 강력한 콘트롤타워로서 관광청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尹 대통령 쏘아 올린 관광청 신설 어디로?
◇ 윤석열 대통령 대표 공약 관광청 신설
윤석열 대통령은 제20대 대선 후보 당시 제주에 관광청을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제주지역 8대 공약 중 첫 번째로 '관광청 신설'을 내세우며 지역 유세 과정에서 "일관성·전문성 없이 관광정책이 수립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산하에 관광청을 만들어 관광산업의 컨트롤타워로서 제주에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 각 부처는 물론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일관성 없이 이뤄지는 관광정책을 총괄하는 독립된 정부 기관을 새로 만들어 제주에 두고, 미래 관광을 선도할 스마트관광을 구현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관광청 설립이 제주와 관련한 공약이기는 하지만, 제주만의 공약은 아닌 셈이다.

제주도와 제주 관광업계, 제주지역 여야 정치권은 관광청 신설과 제주지역 배치를 한목소리로 원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를 주도할 '굴뚝 없는 산업'으로서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관광청을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1990년대부터 제기된 오랜 과제다.

탈냉전과 개방화 시대의 흐름을 타고 한국도 관광 시설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졌지만, 관광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 부족과 정책적 배려 미흡 등으로 관광산업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尹 대통령 쏘아 올린 관광청 신설 어디로?
전 세계의 관광산업이 급성장하자 이에 뒤질세라 학계에서부터 관광청 신설의 필요성이 먼저 제기됐다.

1996년 3월 28일 서울에서 열린 '한국관광 선진화를 위한 심포지엄'에서 이태희 명지대 교수가 '국무총리 직속 기구로 관광청을 신설하고 관광청이 관계부처와 협력을 통해 관광진흥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같은 해 7월 신한국당 정영훈 의원과 국민회의 최재승 의원이 관광청 신설을 요청했고, 이듬해 2월 28일 열린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도 관광청 신설 문제가 거론된 데 이어 1998년 2월에는 한나라당이 관광청 신설 등의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결국, 관광청이 신설되는 대신 '문화체육부'가 '문화관광부'로 명칭이 바뀌며 처음으로 '관광'이라는 단어가 정부 부처 이름에 들어가게 됐다.

2008년에는 다시 정부조직법이 개정돼 문화관광부는 지금의 '문화체육관광부'로 명칭이 바뀌었다.

이후에도 학계와 경제·정치계 등에서 관광청 설립의 필요성이 계속해서 제기됐지만, 정부는 매번 관광청 설립에 대해 유보하는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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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산업 앞서가는 싱가포르·일본
한국이 머뭇거리는 사이 세계 각국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누구나 쉽고, 안전하고, 쾌적하게 여행할 수 있는 국제 관광도시로 거듭난 싱가포르가 대표적이다.

싱가포르의 관광정책은 싱가포르관광청(STB)의 주도하에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애초 지난 1964년 싱가포르관광홍보청(STPB, The Singapore Tourist Promotion Board)이란 이름으로, 싱가포르를 관광 목적지로 홍보하기 위해 처음 만들어졌다.

하지만 '관광'이 경제 동력을 이끄는 중요한 산업으로 인식한 싱가포르 정부는 1997년 현재의 싱가포르관광청(STB, The Singapore Tourism Board)으로 명칭을 바꿨다.

싱가포르관광청은 관광마케팅과 컨벤션산업 육성, 지역 관광협력, 관광업계지원, 관광정보 제공 등을 총괄하면서 끊임없이 관광상품을 개발해왔다.

특별한 자연환경이나 역사 유적 등 자체 관광 자원이 빈약한 상황에서 싱가포르는 세계최초의 나이트 사파리, 수많은 새들이 서식하는 '주롱 새 공원', 국립식물원인 '보타닉 가든' 등 다양한 공원과 의료관광에 힘을 쏟았다.

이어 2010년 초대형 카지노 시설과 쇼핑몰, 테마파크, 국제회의장을 갖춘 '마리나베이 샌즈 리조트'와 '리조트 월드 센토사' 등 복합리조트를 건립하면서 관광산업이 급성장했다.

싱가포르 방문 외국인 관광객은 2000년 769만1천명에서 2010년 1천164만1천명, 2018년 1천850만8천명으로 급격하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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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3분의 1 크기의 작은 면적에 560만명 정도의 적은 인구를 고려하면 대단한 수치다.

한국의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까지 1천800만명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싱가포르관광청 관계자는 "STB는 싱가포르의 중요한 경제 분야 중 하나인 관광산업 개발을 주도하는 기관"이라며 "산업 파트너, 지역사회와 공동으로 활기찬 싱가포르 관광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싱가포르를 최고의 비즈니스와 레저관광 목적지로 홍보하면서, 전 세계에 있는 지사를 통해 잠재 여행객을 대상으로 일관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빈약한 관광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경영환경에 맞춰 정기적으로 관광 규제 제도를 점검하고 개선하고 있으며, 민간 분야가 성공을 위한 투자에 앞장설 수 있도록 지원과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과 엔데믹 이후에도 싱가포르관광청 주도로 새로운 관광상품 개발 지원과 캠페인은 물론, 싱가포르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관광지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한국의 관광청 설립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는 "한국과 싱가포르의 관광 산업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아시아 국가 중 싱가포르 외에 일본도 관광청 설립을 통해 커다란 성과를 내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08년 10월 '2020년 관광객 2천만명 유치'를 목표로 관광청을 신설한 뒤 2016년 연간 관광객 2천404만명, 2017년에는 2천977만명으로 사상 최다를 기록하며 일찌감치 목표를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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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 떠나 관광산업 발전 위해 필요"
관광산업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10%를 차지하는 거대 산업이지만 한국의 관광산업은 더디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의 GDP 대비 관광산업 비중은 2014년 3.2%, 2015년 3.0%, 2016년 3.1%, 2017년과 2018년 각 2.7% 등으로 3% 안팎에 머무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다.

올해 한국의 관광분야 재정지출 비중은 607조 중 1.4조로 0.2% 수준이다.

게다가 방한 외국인의 국내 소비에서 한국인의 해외 소비를 뺀 여행수지는 해마다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15년 -104억 달러, 2016년 -103억 달러, 2017년 -183억 달러, 2018년 -165억 달러, 2019년 -118억 달러 등이다.

이러한 각종 지표는 관광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삼고, 강력한 콘트롤타워로서 관광청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으로 문화재청이 존재하고, 코로나19 사태로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질병관리본부가 독립된 조직인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됐듯이 독립된 관광청 신설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국민의힘 김석기 국회의원(경북 경주)이 2020년 6월 관광청 신설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해 6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상민 의원이 국회에서 '대한민국 관광청 설립 추진 대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尹 대통령 쏘아 올린 관광청 신설 어디로?
이어 민주당 송재호 국회의원(제주시을)도 지난 10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관광정책국을 분리, 한국관광진흥청을 설립하고, 한국관광진흥청의 목적과 업무를 규정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여야를 불문하고 이 같은 주장이 나온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대표 공약에 포함됐음에도 관광청 신설은 최근 정부 조직개편에서 제외됐다.

지난 10월 6일 정부가 발표한 정부조직개편안에 관광청 신설은 포함되지 않았다.

관광업계는 물론 제주 지역사회의 실망이 크다.

제주도의회는 최근 '관광청 신설 및 제주 배치 촉구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가결, 채택했다.

도의회는 관광 정책의 종합적 컨트롤타워 필요성에 따라 관광청 설립이 지속해서 제기됐지만 수십 년간 좌절됐다며 "관광청 신설 공약에도 불구하고 그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과 전략이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의회는 이어 "동아시아 허브이면서 대한민국 관광 1번지로서 관광정책 수립의 최적지인 제주도에 관광청을 반드시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의회는 또 관광청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처리, 관광청 설립 관련 제도개선 노력 등을 국회와 정부에 촉구했다.

김근종 건양대 글로벌호텔 관광학과 교수는 "분산된 관광 업무를 일원화하고 관광 전문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관광청 설립 구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여야를 떠나 대한민국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관광은 정치와 이념을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尹 대통령 쏘아 올린 관광청 신설 어디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