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근 부장판사 "소설 쓰는 사람들에 빌미 줄 수 있어 사퇴"
'겹치기 입후보 논란' 중앙지법원장 후보자 사퇴
내년 서울중앙지법 법원장 후보로 이름을 올렸던 송경근(연수원 22기·58) 부장판사가 다른 법원의 법원장 후보로도 천거됐다는 '겹치기 입후보' 논란 끝에 후보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송 부장판사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판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오늘 아침 후보 사퇴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송 부장판사는 메일에서 청주가 자신의 고향이라고 언급하며 "나이 들면 청주로 돌아가 정년까지 근무한 뒤 변호사 대신 공익적 활동을 하면서 말년을 보내는 것이 오랜 꿈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주지법의 (법원장 후보) 천거에 동의한 상황에서 서울중앙지법의 천거에도 동의했던 것은 앞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저를 천거하고 좋아해 준 판사님들의 뜻이 달랐기 때문"이라며 "사퇴할 생각을 여러 번 했으나 저의 우유부단함 때문에 시기를 놓쳤다"고 덧붙였다.

송 부장판사는 "(법원장 후보로 추천되면) 지금까지 계속해서 소설을 써 온 사람들에게 빌미를 줘 우리 법원과 최고 사법행정권자에게 더 큰 부담을 드릴 수 있어 사퇴를 결심했다"라고도 적었다.

서울중앙지법 법원장 후보추천위원회는 당초 민사 1수석부장인 송 부장판사와 민사 2수석부장인 김정중 부장판사, 민사 단독재판부 반정우 부장판사 등 3명을 후보로 결정했다.

이들 세 사람은 일선 판사들의 천거를 받았고 법원 내 투표에서 각자 10% 이상을 득표했다.

이런 결과를 두고 일각에선 송 부장판사가 김명수 대법원장이 초대 회장이었던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인 점을 들어 사실상 대법원장의 뜻에 따른 인사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송 부장판사가 청주지법에서도 법원장 후보로 천거된 점을 들어 법원장 후보 추천제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 부장판사가 사의를 표함에 따라 서울중앙지법 법원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이달 15일 법원행정처장에게 김정중·반정우 부장판사만 후보로 추천할 것으로 보인다.

송 부장판사가 역시 천거된 청주지법에선 투표 결과 다른 후보 2명을 추천하기로 했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의 운영 등에 관한 예규'에 따르면 득표율이 10%에 미치지 못한 법관은 법원장으로 추천되지 못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