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이 러시아 본토 내 군사시설에 대한 연이은 공격 이후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다시 거론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에 세 번의 드론(무인기) 공격을 한 상태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스푸트니크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TV로 방영된 인권이사회 연례 회의에서 "핵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며 "러시아는 핵무기를 방어 수단이자 잠재적 반격 수단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가장 앞선 핵무기들을 갖고 있지만, 이들을 휘두르고 싶진 않다. 우리는 그런 무기를 억지 수단으로 간주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처럼 다른 나라에 전술핵을 배치하지 않았다"면서 "러시아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영토와 동맹을 방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한 러시아가 선제적으로 핵 위협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서방이 핵 위협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미치지 않았다"며 "우리는 핵무기 사용을 언급한 적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일 러시아 정부는 쿠르스크주 쿠르스크시의 군용 비행장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전날인 5일에는 랴잔주 랴잔시와 사라토프주 엥겔스시의 군 비행장이 드론 공격을 당했다. 랴잔시와 엥겔스시는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에서 480~720㎞ 떨어진 지역이다.

이후 푸틴 대통령은 국가안보위원회를 소집했다. 크렘린궁은 "러시아 영토에 대한 테러 공격에 맞서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아울러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특별 군사 작전' 기간에 대해 말하자면, 물론 이는 긴 과정이 될 수 있다"며 "새로운 영토의 등장과 아조우해의 내해로의 전환은 '특별 군사 작전'의 중요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 결과가 분명해지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미국은 러시아 본토 공격을 지원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6일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도록 독려하거나 지원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타격으로 전쟁이 확대될 가능성을 경계하며 선긋기에 나선 모습이다. 블링컨 장관은 우크라이나가 자국 영토를 방어하는 데 필요한 무기만 지원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