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창설자 아들 등 핵심 지도자, UAE 방문해 대통령과 회담
'외교 고립' 아프간 탈레반, 중국 등 이어 UAE와 교류 확대 모색
국제무대에서 고립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부가 중국, 파키스탄 등 접경국에 이어 '중동 부국' 아랍에미리트(UAE)와 교류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톨로뉴스 등 아프간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물라 야쿠브 아프간 국방부 장관 대행은 지난 4일 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회담했다.

야쿠브 장관 대행은 탈레반 조직 창설자인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의 아들이다.

이날 회담에는 탈레반의 또 다른 고위 간부 아나스 하카니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국방부는 전날 성명을 통해 "양측은 양자 협력 등 교류 강화와 다른 여러 중요한 이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탈레반 핵심 지도자들이 UAE를 직접 방문, UAE의 대통령과 회담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탈레반이 고위 간부를 앞세워 UAE와 관계 강화에 나선 것은 국제사회와 협력을 통한 경제 활성화가 더욱 절실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탈레반은 지난해 8월 아프간을 재장악하는 데 성공했지만 아직 국제사회로부터 공식 정부로 인정받지 못했으며 경제난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태다.

현재 탈레반 정부는 과거부터 긴밀한 사이였던 파키스탄이나 아프간에 대한 투자에 큰 관심을 보이는 중국 등 소수 국가와만 교류하고 있다.

이번에는 자신들에게 그간 우호적이었던 UAE와의 교류 확대를 시도한 것이다.

UAE는 탈레반의 1차 집권기(1996∼2001년) 때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함께 탈레반 정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탈레반의 재집권 후에는 인프라 재건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실제로 UAE의 공항관리업체 GAAC는 지난 5월 카불 등 아프간 공항 3곳의 지상 조업을 맡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탈레반은 9ㆍ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비호하다가 2001년 미군의 침공을 받고 정권을 잃었다.

이후 오랜 내전 끝에 지난해 20년 만에 재집권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 등 서방의 제재와 해외 자금 동결 등으로 외화 유입이 막히자 물가가 급등했고 안 그래도 허약했던 아프간 경제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