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상대로 선수 시절 1무, 감독으로는 3전 전패 기록 중
2016년 브라질 클럽 2개월여 맡기도…지난해 체불임금 받아
[월드컵] '축구인생 첫 16강' 벤투, '브라질전 생애 첫 승' 도전
한국 축구를 12년 만에 월드컵 16강으로 이끈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에게도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브라질전은 의미가 남다르다.

6일 오전 4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릴 브라질전은 벤투 감독에게는 선수 때는 물론 사령탑으로도 처음 치르는 월드컵 16강전이기 때문이다.

수비형 미드필더 출신의 벤투 감독은 1992∼2002년 포르투갈 국가대표로 A매치 35경기에 출전했다.

10여 년 동안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으나 포르투갈이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16년 만인 2002년 한일 대회에 가서야 월드컵 본선 무대에 복귀하면서 벤투 감독도 33세에 처음으로 지구촌 최대 축구 잔치를 경험할 수 있었다.
[월드컵] '축구인생 첫 16강' 벤투, '브라질전 생애 첫 승' 도전
그러나 포르투갈은 한국과 맞붙은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박지성에게 결승 골을 내주고 0-1로 지면서 1승 2패, 조 3위로 처졌다.

'선수 벤투'의 월드컵도 끝이 났고, 한국전은 벤투 감독의 국가대표 은퇴 경기가 됐다.

2004년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벤투 감독이 다시 월드컵 무대에 등장한 것은 2014년 브라질 대회 때다.

포르투갈 대표팀 사령탑으로서다.

2010년 9월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 후임으로 조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은 이후 2012 유럽선수권대회(유로 2012) 4강 등의 성적을 일구면서 큰 기대를 받고 브라질 월드컵에도 나섰다.

하지만 독일, 미국, 가나와 힘을 겨룬 조별리그에서 1승 1무 1패에 그친 포르투갈은 미국에 골 득실에서 밀리며 3위로 내려앉아 역시 일찌감치 짐을 쌌다.

월드컵에서 벤투 감독의 두 번째 실패였다.
[월드컵] '축구인생 첫 16강' 벤투, '브라질전 생애 첫 승' 도전
그랬던 벤투 감독이 자신의 첫 월드컵을 망쳐놓았던 한국 대표팀과 함께 축구인생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2018년 8월 한국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벤투 감독은 한국을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으로 안내한 뒤 카타르에서 16강까지 올려놓았다.

한국이 월드컵 16강에 오르기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이후 12년 만이자 4강 신화를 쓴 2002년 한일 대회를 포함한 통산 세 번째다.

이제 벤투 감독은 자신의 축구 인생에서 최초로 월드컵 16강 무대를 밟는다.

게다가 16강 상대 브라질이 벤투 감독의 승리욕을 더욱 자극한다.

브라질은 월드컵에서 역대 최다인 다섯 차례나 우승하고 현재 FIFA 랭킹도 1위(한국 28위)인 세계 최강국이다.

한국은 브라질과 국가대표팀 간 맞대결에서 1승 6패로 완전히 열세다.
[월드컵] '축구인생 첫 16강' 벤투, '브라질전 생애 첫 승' 도전
벤투 감독에게도 브라질은 쉽게 넘어설 수 없는 벽이었다.

벤투 감독은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통틀어 브라질 국가대표팀을 이겨본 적이 없다.

선수시절에는 2002년 4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 브라질과 한 차례 싸웠는데 벤투 감독이 풀타임을 뛴 이 경기에서 양 팀은 1-1로 비겼다.

감독으로서는 세 번 대결했는데 브라질에 모두 졌다.

먼저 포르투갈 대표팀을 이끌고 2013년 9월 미국에서 치른 친선경기에서 1-3으로 패했다.

당시 브라질 대표팀 감독은 루이스 스콜라리였다.

한국 대표팀 감독 부임 이후에는 2019년 11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치른 친선경기에서 0-3으로 무릎 꿇었고, 올해 6월 서울에서 벌인 친선경기에서는 1-5로 대패했다.

두 경기 모두 브라질 대표팀은 치치 현 감독이 지휘했다.

벤투 감독이 브라질을 상대로 생애 처음 승리를 맛보면 한국 축구는 '원정 월드컵 사상 첫 8강'이라는 새역사를 쓴다.
[월드컵] '축구인생 첫 16강' 벤투, '브라질전 생애 첫 승' 도전
벤투 감독에게는 브라질과 인연이 또 있다.

감독 생활 중 처음 해외팀을 맡은 것이 브라질 프로축구 크루제이루였다.

하지만 재임 기간은 2016년 5월부터 7월까지 두 달 반 정도로 짧았다.

이 기간 벤투 감독은 브라질 정규리그에서 15경기를 치러 4승 3무 8패를 기록했다.

성적도 좋지 않았을뿐더러 당시 브라질 경제 상황과 맞물려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자 구단과 갈라선 것으로 보인다.

벤투 감독은 바로 그해 8월 올림피아코스(그리스)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지난해에는 크루제이루가 벤투 감독에게 잔여 임금 70만 헤알(약 1억7천5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는 브라질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벤투 감독은 이번 대회 브라질전을 앞두고 4일 열긴 공식 기자회견에서 크루제이루에서의 지도자 경험과 관련한 질문에 "매우 짧았다.

두 달 반 정도 있어서 할 말이 거의 없다"면서 "그래도 같이 일했던 사람들과는 좋은 추억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