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들이 하나둘씩 등을 돌리고 있어요. 대기업은 거래처 한 곳 정도 잃어도 큰 타격이 없겠지만 작은 회사엔 생사가 달린 문제입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물류난’이 8일째 지속되면서 소규모 무역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임재혁 대성인더스트리 대표는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거래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수출처가 죄다 끊길 판”이라고 토로했다.

임 대표는 “4일 부산항 북항에서 필리핀으로 출항해야 할 컨테이너가 화물연대 파업으로 감만 부두에 묶여 있다”며 “기간 내 물건을 옮겨 싣지 못하면 수출대금 16만달러(약 2억원)를 고스란히 떼인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선 보름 이상 크리스마스 연휴가 예정돼 있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는 “오는 20일 전까지 현지 항구에 물건이 도착해 통관까지 끝내야 한다”며 “이 일정을 맞추지 못하면 업무가 재개되는 연초까지 물건을 보관하는 비용도 따로 내야 한다”고 했다.

중국과 호주, 미국 등에 김을 수출하는 선일물산의 김태한 대표도 “11~12월이 성수기인데, 컨테이너 출하가 하루 이틀씩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다”며 “월 매출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출이 절반으로 줄어들 판”이라고 말했다. 이어 “몇몇 비노조 운송기사들이 새벽 시간대에 조용히 와서 물건을 실어 가는 등 고육지책을 쓰고는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공장에 물건을 쌓아둘 곳이 없어 직원들에게 돌아가면서 연차를 주는 등의 방법으로 생산량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무역협회 소속 7만여 개 회원사의 지역별 대표 단체인 전국지역기업협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지난 6월에 이은 연쇄 파업으로 중소·중견기업들의 피해가 극심하다”고 호소했다. 이날 오전 8시까지 한국무역협회 ‘수출물류 비상대책반’에는 총 48개 기업이 84건(중복 선택 가능)의 피해 우려를 신고했다. 납품 지연으로 인한 위약금 발생, 해외 바이어와의 거래처 단절에 대한 우려가 38건으로 가장 많았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