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이 동명 소설 원작 뮤지컬…하와이 이민 1세대 여성들의 굴곡진 삶 그려
모진 세상 맞선 이주여성들의 연대기…'알로하, 나의 엄마들'
"돈을 쓰레받기로 쓸어 담고 사시사철 따뜻한 지상 낙원…'포와'(하와이)로 시집가지 않으렵니까.

"
가난한 의병의 딸 버들과 결혼 두 달 만에 과부가 된 홍주, 천한 무당의 손녀 송화…일제강점기 조선 땅에서 태어난 이들의 앞날이 고난으로 가득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중매쟁이가 건넨 사진 한 장에서 미지의 가능성을 발견한 18살 소녀들은 이러한 뻔한 운명을 거부하고 태평양을 건너 하와이로 향한다.

기대와 달리 이들을 맞이한 건 또 다른 고난의 연속이지만, 단단한 우정과 연대로 연결된 이들은 서로를 지켜내고 새로운 땅에서 뿌리를 내린다.

일제강점기 하와이 이민 1세대 여성들의 삶을 그린 뮤지컬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한다.

소설 '유진과 유진', '소희의 방', '너도 하늘말나리야' 등을 쓴 이금이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서울시뮤지컬단의 창작 초연 뮤지컬이다.

1900년대 초 하와이 사탕수수농장의 노동자로 떠난 조선인 남성들의 사진을 보고 중매 결혼을 한 '사진 신부'들의 삶을 통해, 앞선 시대를 살아낸 평범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서울시뮤지컬단을 이끄는 김덕희 단장은 22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프레스콜 행사에서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해준 모든 어머니의 이야기"라며 "이주 한국인으로서 겪은 여러 역경을 이겨낸 여성들의 연대기를 그린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모진 세상 맞선 이주여성들의 연대기…'알로하, 나의 엄마들'
흐릿한 흑백 사진 한 장만 손에 쥐고 미지의 땅 하와이에 도착한 버들과 홍주, 송화. 수십 마지기 땅을 가진 지주라던 버들의 남편 태완은 사실 종일 뼈 빠지게 일해야 하는 소작농이었고, 매일 술에 절어 사는 송화의 남편은 폭력을 행사한다.

장밋빛 희망은 이들을 배신하고 차가운 현실이 모습을 드러내지만, 세 여인의 우정만큼은 서로를 배신하지 않는다.

숱한 고난 속에서도 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은 이들의 우정은 버들의 딸 '펄'(진주)을 향한 모성애로 이어지며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라는 제목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각색을 맡은 오미영 작가는 "버들 한 사람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 원작 소설과 달리 뮤지컬에서는 세 소녀의 연대에 초점을 맞췄다"며 "이민 2세대인 버들의 딸 펄을 작품의 화자로 둬 앞뒤 세대를 이해하고 연결하는 역할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조선 땅에서 핍박당하며 사는 대신 하와이에서 떵떵거리며 살라며 딸들의 등을 떠미는 주인공들의 친정엄마로부터 시작된 모성애는 버들의 딸까지 3대에 걸쳐 이어지며 감동을 전한다.

음악을 만든 이나오 작곡가는 "여러 세대에 걸친 이야기인 만큼 음악의 톤 역시 고전적인 음악과 현대적인 감성의 컨템포러리 음악을 섞어서 작품의 감정선과 섬세하게 연결되도록 작업했다"고 말했다.

모진 세상 맞선 이주여성들의 연대기…'알로하, 나의 엄마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서울시뮤지컬단이 '원더보이', '다시, 봄'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선보이는 창작 뮤지컬이다.

김연수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원더보이'와 50대 중년 여성들의 서사를 담은 '다시, 봄' 등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과 차별화되는 한국형 창작 뮤지컬 제작에 앞장서 온 서울시뮤지컬단은 이번 작품을 통해 그간 외면받은 여성 서사에 주목하는 동시에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무대를 선보인다.

김 단장은 "뮤지컬이 공연법상 독자적인 예술 장르로 인정받게 된 지금 한국형 창작 뮤지컬을 제작하는 국공립 단체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기존의 뮤지컬과는 다른 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새로운 창작 작품으로 관객과 만나려 한다"고 말했다.

공연은 12월 11일까지 이어진다.

모진 세상 맞선 이주여성들의 연대기…'알로하, 나의 엄마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