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파업 기술’이 갈수록 치밀해지고 있다. 과거 ‘보여주기식’ 대규모 파업 투쟁과는 달리 산업에 실질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는 거점 마비 전략으로 치명도를 높여가는 모양새다. 상대적으로 열세인 비정규직 세력을 기반으로 둔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의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20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는 오는 24일 0시부터 지역별 전략 거점 점거에 들어간다. 지역별로 핵심 산업을 골라 타격을 주려는 목적이다. 광주는 일반화물·농산물 부문을 멈추고 강원은 시멘트, 경남은 조선 기자재 등의 산업 현장을 봉쇄한다. 대구와 경북은 구미산업단지, 대전은 자동차 부품 산업, 부산은 부산항 수출입 컨테이너를 봉쇄한다. 서울·경기는 평택항과 의왕내륙 컨테이너 터미널을 막아서 수도권 전반의 물류 흐름을 차단할 계획이다. 국가 기간산업이라 부를 만한 핵심 거점들이다. 일단 파업에 돌입한 뒤 목표 지점을 상황 변화에 따라 조정했던 과거의 행태와는 확연히 달라진 공격성이다. 짧은 기간, 최소 투쟁 조직으로 산업에 강력한 실질적 타격을 줌으로써 정부와 국회를 효과적으로 압박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화물연대 투쟁 당시 약 7일간의 물류 유통망 마비로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시멘트 업계에서 2조800억원 규모 피해가 난 것으로 추산됐다. 7월엔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으로 선박 인도·건조 작업 등이 지연돼 약 2800억원(대우조선해양 추산)의 피해가 발생했다.

비정규직에 기반을 둔 양경수 위원장이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0년 12월 당선된 양 위원장은 민주노총 최초 비정규직 출신 위원장이다. 대의원 선거가 아니라 직선제 투표에서 다수인 비정규직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 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기존 산별 노동조합 위주의 관성적 파업에서 벗어나 비정규직을 기반으로 한 공격적인 투쟁을 차별점으로 내세워 산업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는 방법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이다.

구민기/곽용희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