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노정 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가운데 정부가 해법 마련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갈등을 조정해야 할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위원장(김문수) 리스크’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렇다 할 노동시장 개혁 방안을 내놓기도 전에 노정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노동개혁 자체가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문수 리스크’는 경사노위 위원장 취임 2주도 채 지나지 않아 시작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두고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밝혔다는 점에서 김일성주의자”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야당이 반발하면서 국감장에서 쫓겨났다. 닷새 뒤인 지난달 17일 야당 의원들은 김 위원장을 국회 모욕죄로 고발하는 안을 가결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엔 경사노위 소속 전문임기제 공무원 14명 전원에게 기간 만료를 이유로 계약 종료를 통보해 또다시 논란을 빚었다. 전문임기제 공무원은 2년제 계약직이지만 행정안전부 승인을 거쳐 5년간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 관례다. 해고된 이들 가운데엔 올해 3월과 6월 입사한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임기제 공무원 중 일부만 연장하면 오히려 불공정 시비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게 경사노위의 해명이다. 하지만 취임과 동시에 실무인력을 대거 내보내면서 업무 공백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향후 갈등의 강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가 아직 구체적인 노동개혁 정책을 내놓거나 입법을 추진하지도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화물연대의 재파업과 이어지는 연대 파업은 가뜩이나 어려운 산업현장에 치명타를 가져올 산업계 파국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야권이 밀어붙이고 있는 ‘노란봉투법’은 그 자체로 폭발성이 커 자칫 국정을 마비 상태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