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 국고에서 건강보험 재정을 지원하는 법률 조항 효력이 사라지게 되자 정치권 일각에서 아예 영구적으로 지원하게끔 법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건보 재정 상황을 외면하고 국고 지원만 강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행법상 건보료 예상 수입액의 총 20%를 국고로 지원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법 108조1항은 매년 해당 연도 건보료 예상 수입액의 14%를 정부 일반회계에서, 국민건강증진법은 부칙을 통해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건보료 예상 수입액의 6%를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두 조항의 효력은 올해 말까지다. 애초 이들 제도가 시행될 때부터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결정됐다. 2002년 제정한 특별법을 통해 국고를 일부 지원하다가 2007년부터 국민건강보험법 및 국민건강증진법 내 일몰 조항에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처음엔 2011년까지 한시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2016년으로 한 차례 미뤘다. 또다시 일몰 일자가 다가오자 국회는 2017년으로 1년 연기했고, 이후 또 2022년으로 조정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사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이를 달래려고 의료수가를 올렸고, 그 결과 건보 재정이 악화하자 한시적으로 지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몰이 다가오자 야당은 국가가 영구적으로 건강보험을 지원해야 한다고 나섰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과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더 나아가 공동발의한 법 개정안을 통해 아예 국고 지원 비율을 예상 수입액의 14%에서 전전년도 수입액의 17%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재정에 큰 부담을 준다는 점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강 의원의 개정안이 통과되면 5년간 67조원의 재정이 추가로 소요될 것이라고 추계했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국고에서 건강보험으로 넘어간 지원금은 모두 94조원이 넘는다. 올해부터는 매년 10조원이 넘는 돈을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제부처 관계자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고 국고 지원 일몰을 연장하거나 지원 영구화를 추진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혈세로 해결하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