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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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업계가 연말 대목을 맞아 올해 마지막 정기세일에 나선다. 백화점들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명품 열풍과 올해 본격화한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발(發) 패션 부문 매출 증가로 올해 3분기까지 호실적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번 세일을 준비하는 백화점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글로벌 금리 인상과 자산시장에 불어닥친 한파에 더해 이태원 참사 이후 위축된 소비심리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확 닫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3분기까지는 최고의 한 해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 3사는 18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겨울 정기세일에 들어간다. 롯데백화점은 이번 세일에 여성·남성 패션, 스포츠, 키즈 등 패션 상품군의 600여 개 브랜드가 참여한다. 최대 50% 할인 혜택을 준다. 질스튜어트와 쟈딕앤볼테르 등 컨템퍼러리 브랜드와 폴스미스, 에트로 등 럭셔리 브랜드는 차례로 시즌오프 행사를 이어간다.

현대백화점은 세일 기간에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패딩과 코트 등 아우터 물량을 브랜드별로 전년 대비 20% 이상 늘렸다. 신세계백화점은 세일 기간에 다양한 소비자 참여형 이벤트를 준비했다. 꽝 없는 에어볼 추첨부터 인형 뽑기, 포토부스 운영 등 쇼핑에 재미를 더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백화점 3사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19가 수그러들면서 남성 정장과 여성 패션 부문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골프웨어 판매 호조도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롯데백화점은 3분기에 전년 동기(6560억원) 대비 17.2% 늘어난 769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3분기엔 희망퇴직 관련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면서 210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올해 3분기엔 109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흑자 전환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0.0%, 64.7% 급증했다. 지난가을 세일 때도 백화점 3사는 1년 전보다 나란히 20% 이상 매출이 늘었다.

긴장 가득한 업계

하지만 겨울 세일을 앞둔 백화점 3사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글로벌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자산시장 붕괴 등의 여파로 인해 소비 둔화가 본격화하는 조짐이 보여서다.

이태원 참사 이후 사회적 추모·애도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타오르던 소비심리가 급격히 식은 것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비교 대상인 지난해 4분기에 소비가 가파르게 회복된 만큼 기저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매출이 전년 대비 줄어들 것을 걱정하는 수준은 아니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이번 겨울 세일에선 가을 세일 때처럼 전년 대비 20% 이상의 매출 증가율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두 자릿수 성장만 해도 성공’이라는 목표를 잡았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소비 둔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온·오프라인 계열사 19곳이 참여하는 ‘쓱세일’ 행사를 연다. 이번 행사는 프로야구팀 SSG랜더스의 KBO리그 우승을 기념해 마련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