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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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30만원 수준인 기초연금을 55만원으로 크게 높이되 지급 대상을 줄이자는 제안이 나왔다. 모든 사람에게 주는 보편적 연금으로는 노인 빈곤율을 낮추는 데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기초연금 논의가 정치권 포퓰리즘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김상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는 11일 한국연금학회 세미나를 앞두고 10일 공개한 발표문에서 "기초연금이 정치화돼 빠른 속도로 인상되고 있다"며 "문제는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탈빈곤 효과가 낮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기초연금은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30만7500원 지급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연금개혁과 연계해 4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기초연금 대상을 모든 노인으로 확대하되 연금액을 차등화하는 개편방안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기초연금이 없을 때의 처분가능소득 기준 노인빈곤율이 45.6%(2020년 기준)인데, 기초연금 대상은 노인의 70%로 광범위해 대상 설정이 적절하지 않다"며 지급대상을 70%에서 50%로 줄이고 기초연금액을 월 40만원 대신 월 55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경우 빈곤율 개선효과는 12.2%P, 빈곤갭(차이) 개선 효과는 31.2%P 증가한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도 "세금으로 재원을 조달하는 기초연금 대상자는 줄이고 취약계층에게 더 지급하는 방향으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급속한 고령화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현재 '소득 하위 70%'인 기초연금 수급대상자는 점차 늘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기초연금 수급대상 기준을 소득인정액 기준, 예를 들어 1인 가구 기준 월 180만원 등으로 변경하면 대상자가 점진적으로 축소되면서 제도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된다는 설명이다.

이창수 한국연금학회 회장은 "나랏돈으로 선심이라도 쓰는 듯한 정치인들의 태도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국가의 세금으로 재원을 충당하니 당장 혜택을 보는 노인세대의 지지는 쉽게 얻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미래세대의 어려움에 대해 심사숙고하였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금정책은 백년대계의 영역이다. 기초연금은 다른 연금제도와 함께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 종합적으로 결정되고 추진되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윤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중위연령은 2020년 43.7세에서 2070년에는 62.2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언급하며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위연령이 높아질수록 고령층의 입장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실버민주주의'가 득세하고, 이 경우 제대로 된 연금개혁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윤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은 난치병 단계에 접어들었고, 공무원연금·사학·군인연금은 불치병 수준"이라며 "소수의 정치적 카르텔에 의한 정보독점과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와 관련 집행기관이 관여하는 모든 연금 관련 위원회와 관련 회의 내용의 투명한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