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美 '대선 잠룡' 론 디샌티스
“우리는 선거에서 이겼을 뿐 아니라 정치 지도를 새로 그렸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압도적인 표 차로 재선에 성공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의 당선 소감이다. 언론들은 “공화당 차기 대선 경선은 디샌티스의 승리로 시작했다”고 평했다. 뉴욕포스트는 1면 제목을 그의 이름과 ‘미래’를 접목한 조어 ‘디퓨처(DeFUTURE)’로 뽑았다.

올해 44세인 디샌티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공화당 내 가장 강력한 대안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자금 ‘큰손’인 켄 그리핀과 일론 머스크를 비롯해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까지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그가 본격적으로 뜨기 시작한 것은 2020년 코로나 사태 때였다. 그는 조 바이든 정부의 획일적인 봉쇄 방역에 맞서 올랜도 근교의 디즈니월드 재개장을 밀어붙였다. 강압적인 백신여권에 대해서도 ‘백신을 맞지 않을 자유를 침해한다’며 반대했다. ‘노 마스크’ 정책까지 펼쳐 자유 우파의 폭넓은 지지를 얻었다.

진보진영의 의제도 폭넓게 활용했다. ‘좌파들의 세뇌 교육’을 비판하면서도 공립학교 교사 급여를 올려주고, 불법체류에 반대하면서도 선거에선 라틴계를 러닝메이트로 택했다. 그 덕분에 “공화당의 기반을 넓힐 포스트 트럼프 모델”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지난해 보수진영 콘퍼런스에서 트럼프를 누르고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1위에 뽑히자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시절의 혼란에 질린 일부 당원에게 디샌티스는 트럼프의 시각을 겸비하면서도 더 안정적이고 매력적인 후보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야구광인 그는 어릴 때부터 ‘스포츠 리더십’을 키웠다. 13세 때 리틀리그 주장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고, 예일대에서도 야구팀 주장을 맡았다. 하버드 로스쿨 졸업 후에는 장교로 이라크전에 참전해 무공훈장을 받았고, 검사와 주 하원의원을 거쳐 40세에 최연소 주지사가 됐다.

물론 그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트럼프의 집중 견제와 당내 젊은 주자들의 도전, 민주당 쪽 대선 후보들과의 싸움에서 다 이겨야 한다. 그래도 “정치 지도를 새로 그렸다”는 ‘승리 선언’ 직후 거의 모든 인맥이 그를 중심으로 몰리는 걸 보면 8부 능선 정도는 넘은 게 아닌가 싶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