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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은혁의 공시 읽어주는 기자

주가 급락으로…유증 자금 1000억 줄어
부채 상환 아닌, 시설 투자용 자금

단기차입금 등 재무 건전성도 갈수록 악화
추가 자금 조달 가능성도…지분 가치 희석 가능성
[마켓PRO] 제주항공, 유상증자 선방했다는데…주가 더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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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은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일반공모 청약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주주배정 유상증자 청약률이 383.17%를 기록했다고 10일 공시했다. 일반공모 대상 주식수는 384만7328주로, 청약 주식수는 8096만6152주를 기록했다. 청약 경쟁률은 21.04대 1로, 주금 납입일은 오는 11일이다. 신주권 상장 예정일은 같은 달 24일이다.

자금 조달 성공했지만…고민 많은 제주항공

코로나19 직격탄에 휘청이던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이 유상증자로 자금 마련에 성공했다. 우리사주조합과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청약에서 85.9%의 청약률을 기록, 남은 실권주 물량은 일반 공모 청약에서 전량 소화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유상증자의 일반 공모 청약은 실권 처리된 나머지 384만7328주를 대상으로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진행됐다. 주당 발행가격은 7980원으로 전날 제주항공의 종가 1만550원 대비 24.3% 낮았다.

제주항공은 우리사주조합과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유상증자 청약을 진행했을 때는 청약률이 85.9%에 그쳤는데, 이번 일반 공모 청약이 선방함에 따라 목표 금액을 조달하게 됐다.

제주항공이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금액은 2173억원이다. 제주항공은 당초 3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고자 했는데, 유상증자 실시 소식에 주가가 하락하며 발행가액 예정가격보다 약 30% 하향 조정됐다. 이에 유상증자 규모도 1000억원가량 줄어들게 됐다.

우리사주조합이나 구주주 청약과 달리, 일반 공모 청약에서 선방한 배경을 두고선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몰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부족한 자금 약 1000억…어떻게 조달하나

하지만 주가 급락으로 유상증자 조달 금액이 줄어들면서 1000억원가량의 자금은 자기 주머니를 털거나, 추가적인 자금 조달로 메꿔야 하는 상황. 이번에 조달한 유상증자 자금은 모두 시설투자에 활용될 예정이다.

세부적으로는 항공기와 항공 기자재 등이다. 올해 항공기에 1039억원, 항공 기자재 외에 59억원 등 총 1098억원을 사용한다. 내년에는 각각 1632억원과 203억원 등 1835억원, 2024년에는 253억원과 202억원 등 총 456억원을 투입한다. 총투입 예정 금액은 3388억원으로 부족한 자금은 내부 및 금융권 차입 등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시장에선 자금조달 목적을 보잉과의 계약 때문으로 보고 있다. 제주항공은 2018년 11월 보잉과 B737-Max 항공기 50대 구매계약(확정 구매 40대·옵션 구매 10대)을 체결한 바 있다. 내년 이후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현재 옵션계약을 포함한 총약정금액은 55억1900만 달러(약 7조6300억원)다.

코로나19 직격탄과 함께 고환율, 고유가 등으로 실적 악화가 지속되면서 계약 진행을 위한 자금이 부족, 유상증자를 통해서 자금을 마련했다는 의미. 하지만 이마저도 1000억원가량 적게 조달했다.

주주들 부담 커진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이번 유상증자 자금은 부채 상환과 별개라는 것. 제주항공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 2073억원에 영업손실 1346억원을 기록하는 등 2019년부터 매년 영업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로 인해 결손금이 2020년 1971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4358억원으로 증가했다.

항공기와 항공기자재 등 시설 자금도 1000억원가량 적게 들어온 상황에서 당장 1년 내 도래하는 단기차입금만 약 1800억원에 달한다. 제주항공의 6월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1700억원에 불과하다. 자체 유동성을 보태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고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가파른 기준 금리 인상 등으로 급격히 얼어붙은 발행 시장에서 조달 방안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을진 미지수다.
[마켓PRO] 제주항공, 유상증자 선방했다는데…주가 더 내릴 수 있다?
더군다나 제주항공은 이미 국내 금융기관을 통해 총 7000억원(외화 포함) 가까운 자금을 조달한 상황이다. 영구채를 비롯해 전환사채(CB), 대출 등 쓸 수 있는 방안을 모두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높은 금리 상황을 반영하면 재무 부담은 더욱 커질 우려가 있다.

추후 실패 가능성을 무릅쓰더라도 추가로 유상증자 등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끌어올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지분가치 희석 부각에 따라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유상증자 소식이 전해지자 제주항공 주가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자금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재무 건전성과 보유자산이 불안한 기업 입장에서 자금조달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면서 "만약 자금을 조달한다고 하더라도 높은 금리, 지분가치 희석 등 재무적이나 기존 주주들에게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