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지분 5조원 넘게 팔았다…테슬라 주가 2년만에 최저
테슬라 주가가 2년 전 수준으로 후퇴했다. 최근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보유하던 테슬라 지분 5조4000억원어치를 팔아치운 영향이다. 시장에서는 머스크의 관심과 자금이 트위터에 쏠리는 동안 테슬라가 뒷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머스크의 지분 매도가 계속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머스크, 테슬라 지분 5조원 팔아

9일(현지시간) 나스닥시장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일보다 13.71달러(7.17%) 떨어진 177.59달러에 마감했다. 2020년 11월 이후 최저가다. 399.93달러(1월 3일)를 기록했던 연초 대비로는 50% 이상 떨어졌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11월 고점 당시 주당 400달러를 웃돌았지만 올 들어 부진을 벗지 못했다. 머스크가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에 투표할 것을 트윗으로 독려한 지난 7일 테슬라 주가는 5% 하락하며 200달러가 깨졌다. 200달러 지지선이 무너진 건 17개월 만이다.

8일 저녁 올라온 공시도 악재가 됐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머스크는 4일부터 8일까지 테슬라 주식 1950만주를 매도했다. 39억5000만달러(약 5조4230억원) 규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매도로 머스크의 테슬라 지분율이 약 14%로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지분 매도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시장은 트위터 인수 및 재정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달 28일 머스크는 트위터를 440억달러(약 60조원)에 인수했다. 지난 4월 처음 트위터와 인수 합의를 했다가 7월 계약 파기를 선언하고, 트위터와 법정 소송으로 가기 직전 최초 인수가로 합의를 이뤘다.

○ "트위터에 돈 더 들어갈 것"

시장은 테슬라 주가의 추가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머스크의 대규모 지분 매도가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가능성이 커서다. ‘머스크의 트위터’를 만드는 데 예상보다 큰 비용이 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머스크는 앞서 지난 4월과 8월에도 각각 84억, 68억달러 규모의 테슬라 지분을 매도했다. 당시에도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4월은 인수 계약을 처음 체결한 직후고, 8월은 인수 파기 선언에 트위터가 소송을 제기한 후다. 로이터는 “자체추산 결과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하기 위해 기존 자금조달 방안에 20억~30억달러를 추가로 조달해야 했을 것”이라고 썼다.

트위터 운영도 문제다. 머스크는 인수 과정에서 440억달러 중 약 130억달러를 트위터가 대출을 받는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조달했다. 이로 인한 이자 규모만 연간 12억달러 수준인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폭스바겐, GM 등 주요 광고주들은 ‘콘텐츠 검열 완화’를 우려하며 광고를 중단하고 있다. 트위터는 광고수입이 전체의 90% 이상이다.

에드 모이야 오안다 애널리스트는 “(인력 등) 현재 진행 중인 트위터 구조조정 작업에도 상당한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본업인 전기차 시장도 경쟁 심화와 수요 부진으로 예전만큼 전망이 밝지 않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는 현지 업체들이 매섭게 성장하고 있다. 비야디의 10월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약 21만대로 테슬라의 7만여대와 차이가 난다. 테슬라는 지난달 중국에서 전기차 주력 모델인 모델3와 모델Y의 가격을 처음으로 내렸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