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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인터뷰
김재현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헬스케어펀드 운용역

“삼바 성공은 삼성 개인기…단기 관점에선 의미 부여 어려워”
“제약주, 내년까지 방어주 콘셉트 유효…의료기기도 좋아질 것”
“자금 조달 이슈가 바이오텍 ‘옥석’ 가리는 리트머스”
“경쟁자 없는 퍼스트인클래스 개발 기업엔 디스카운드 적용”
[마켓PRO] "바이오 호시절 또 오겠지만…내년까진 '옥석 가리기' 과정"
“경기 방어주 성격을 보여주는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을 포함한 제약주,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 수혜가 기대되는 의료기기주는 내년에 좋아지는 모습이 기대됩니다. 다만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텍들의 경우 내년까지도 자금 조달 이슈로 인한 ‘옥석 가리기’가 이어질 수 있어요.”

지난 7월말 기준 최근 5년 수익률이 56.44%로, 벤치마크인 에프앤가이드 의료지수 상승률을 28.40%포인트 웃도는 미래에셋한국헬스케어펀드를 운용하는 김재현 미래에셋자산운용 본부장은 수익성 없이 신약 개발 기대감만으로 관심을 모은 바이오텍은 코로나19 테마로 급등한 후유증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특정 종목에서 발생한 호재의 온기가 바이오섹터 전체로 퍼지는, 바이오가 주도주이던 시절의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란 극단적인 비관론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이 비관론의 바탕은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비이성적인 급등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건데, 김재현 본부장은 특정 종목의 호재가 다른 종목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게 합리적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에게 헬스케어 섹터의 내년 전망과 신약 개발 바이오텍의 옥석을 가리는 방법을 들어봤다.

▶ 최근 헬스케어섹터의 주가 흐름이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직 두 달이 남았지만, 올해 헬스케어섹터에 대한 총평을 해주신다면요?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과 같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잘 버텨줘서 나쁘지 않다고 느낄 수 있는데, 섹터 전반적으로는 코스피나 코스닥 대비 좋지 못합니다. 바이오텍의 경우 금리 상승의 직격탄을 맞았고, 의료기기 관련 종목들은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봉쇄로 타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 그럼 운용하는 미래에셋한국헬스케어펀드의 성과는 어떤가요?
“벤치마크인 에프앤가이드 의료지수를 약간 밑도는 수준입니다. 양호한 주가 흐름이 집중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의 벤치마크 지수 내 비중은 10% 이상이지만, 공모펀드는 특정 종목을 10% 이상 비중으로 편입할 수 없는 규칙에 따른 불리한 측면 등이 있었습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가 SK하이닉스와 코스피 시가총액 3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습니다. 헬스케어 섹터 전체적으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공을 두고 한국 헬스케어 산업의 전반적인 위상이 올라갔다고 말하기엔 조금 다른 면이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그룹이라는 대기업의 대규모 자본투자를 바탕으로 한 의약품 위탁생산(CMO)의 성장으로 성공한, ‘삼성그룹의 개인기’인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자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공으로 헬스케어산업에 대한 국내 대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진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롯데그룹이 CMO 사업을 시작하고, GS그룹이 휴젤을 인수하는 등 헬스케어산업의 인력과 자본이 풍부해지고 있잖아요. 이건 장기적으로 헬스케어산업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킬 단초가 될 수 있습니다.”
[마켓PRO] "바이오 호시절 또 오겠지만…내년까진 '옥석 가리기' 과정"
▶ 당장 효과를 논하기는 어렵다는 말이군요. 그럼 헬스케어섹터의 내년 전망은 어떻습니까?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을 비롯해 의약품을 파는, 경기 방어주 성격을 보여주는 기업들은 좋게 보고 있습니다. 경기가 어렵더라도 아프면 약은 먹어야 하잖아요. 실제 다른 섹터들은 내년 경기침체를 반영해 실적 추정치가 많이 하향 조정되는데, 의약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은 내년 실적이 성장하는 걸로 추정되고 있죠. 또 작년 초 이후로 보면 헬스케어섹터의 주가가 특히 더 많이 하락했기 때문에, 밸류에이션 부담도 적고요. 의료기기 분야는 수출 비중이 큰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올해는 타격을 많이 받았죠. 내년에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 서서히 완화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올해의 낮은 실적 수준에 따른 기저효과로 좀 좋아지는 모습이 기대됩니다.”

▶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텍은 어떤가요?
“재무 이슈로 인한 불안이 있습니다. 국내 바이오텍들이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유동성이 풀리면서 주가가 급등했던 2~3년 전에 전환사채(CB)로 자금 조달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리픽싱(전환가격 재조정)을 해도 현재 주가가 그에 못 미치니까 투자자들이 상환을 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선제적으로 유상증자를 해놨다거나 기술수출로 현금이 유입되는 기업들은 롤오버(만기 연장)에 큰 무리가 없겠지만, 그러지 않은 기업들에 남는 방법은 유상증자밖에 없죠.”

▶ 자금조달 이슈를 무난하게 넘기는지, 유상증자에 나서는지를 보는 게 투자의 기준이 될 수도 있겠군요.
“그렇죠. 어떤 기업이 다시 CB 발행(롤오버)을 시도하면 사모펀드(PEF)든 벤처캐피탈(VC)이든 과거보다는 훨씬 꼼꼼하게 점검할 테니까요. 이걸 통과하는 괜찮은 기업들은 살아남는 반면, 통과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유상증자에 따른 추가적인 주가 하락이나 더 위험한 상황을 맞게 되면서 ‘가지 치기’가 이뤄질 것으로 봅니다. 차별화가 이뤄진 뒤 내후년 쯤에는 신약 개발 분야에서 기대되는 이벤트들이 예정돼 있습니다.”
[마켓PRO] "바이오 호시절 또 오겠지만…내년까진 '옥석 가리기' 과정"
▶ 이외에도 신약 개발 바이오텍에 대한 투자 판단을 내리는 기준이 있습니까?
“우선 여러 개의 파이프라인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기술을 가진 기업을 가장 좋아합니다. 두 번째로는 글로벌 빅파마(다국적 제약사)가 시도하지 않는 메커니즘의 신약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개발 중이라는 기업에 대해서는 할인을 적용합니다. 또 예정된 연구 결과 발표 일정을 잘 지키는지와 경영진의 퀄리티, 최근 연구인력 등의 유출입 여부 등 신뢰와 관련된 부분도 유심히 보는 편이고요.”

▶ 가장 먼저 나오는 새로운 약을 뜻하는 퍼스트인클래스(혁신신약)에 도전하는 기업을 부정적으로 보신다고요?
“혁신신약에 도전하는 기업이 아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나홀로 가겠다며 홍보하는 기업들을 말합니다. 아직 세상에 없는 약이라도 비슷한 기전의 후보물질을 글로벌 빅파마도 개발하고 있다면 그건 ‘나홀로’가 아니죠. 같은 논리로 가장 먼저 내놓는 혁신신약은 아니지만, 메커니즘은 같아도 먼저 나온 혁신신약보다 더 좋은 약효가 기대되는 신약은 긍정적으로 보고요. 얀센에 기술수출돼 이 회사의 면역항암제 아미반타맙과의 병용 요법이 개발되고 있는 레이저티닙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 아마 바이오텍 주주들의 경우 큰 손실을 떠안고 있을 가능성이 클 겁니다. 이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요?
“바이오텍 종목을 보유한 개인투자자들은 특정 종목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거처럼 특정 바이오텍 종목의 호재가 전체 섹터를 끌어 올리면 수익을 낼 기회가 많겠지만, 지금은 10개 중 2~3개 종목에 수익이 집중되고 나머지는 재미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요. 때문에 헬스케어섹터 내에서도 분산투자가 필요합니다. 집중적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2~3개 종목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까지 끌어 올리니까요. 여러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투자금이 충분치 않더라도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이 분산투자 수단이 있습니다.”

▶ 헬스케어섹터에 대한 투자가 성숙해지면서 앞으로는 특정 종목의 대형 호재의 온기가 섹터 전체로 퍼지는, 예전과 같은 호시절이 오기 힘들다는 말인가요? 최근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약간 다릅니다. 특정 종목의 호재가 아무 관련이 없는 종목의 주가까지 끌어 올리는 비이성적인 현상이 줄어드는, 시장이 성숙해진다는 데는 동의해요. 다만 주식 시장이 성숙했다는 미국에선 특정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에 호재가 있으면, 비슷한 메커니즘의 다른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들의 주가도 덩달아 오르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물론 지금이 이야기하는 호시절이 가까운 미래에 올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내년까지의 ‘가지 치기’ 과정에서 살아 남은 종목들은 몇 년 후 헬스케어섹터의 투자심리가 회복됐을 때 충분한 수익을 내줄 거예요. 지금은 그 살아 남을 종목을 골라낼 때인데, 선별이 힘들 수 있기에 분산투자를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