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움직이는 데 짧게는 1시간 길게는 3시간 소요
일부 버스 전용 주차장을 승용차 주차장으로 변경

"오늘은 공항 입구 교차로에서 주차장 입구까지 1시간 30분 걸렸어. 평소보다 빨리 주차한 거야."
"제주공항 전세버스 주차난에 전날밤 세워두기도"
8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전세버스 주차장에서 만난 기사 A(69)씨는 지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였다.

그는 "오전 10시까지 공항에 주차하려고 제주시 봉개동 차고지에서 2시간 전인 오전 8시에 출발했다"며 "9월 말부터 수학여행단이 부쩍 늘어나면서 약속 시간 최소 2시간 전에 차고지에서 출발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공항 주변을 에워싼 전세버스 행렬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비싼 기름을 그야말로 땅에 버리고 있다.

날마다 기다리는 시간도 달라 예측하지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실제 공항 내 전세버스 전용 주차장에 들어가기 위해 공항 입구 교차로에서부터 3층 여객터미널, 차량 번호 인식 시스템이 설치된 주차장 입구까지 이어진 전세버스 행렬은 공항 주변을 둘러싸 그 끝과 시작을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다음 카카오 맵 지도로 확인한 결과, 공항 입구 교차로에서 전세버스 주차장까지는 약 1.3㎞로 걸어서 19분, 자전거로는 4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전세버스 기사들은 짧게는 1시간 길게는 3시간 동안 차 안에서 지루한 시간을 견뎌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 호텔 셔틀버스는 공항 입구 교차로에서 1시간 10분 만에 겨우 전세버스 주차장 앞까지 도착했지만, 30분 넘도록 주차장 안에는 들어가지 못해 결국 입구 앞에서 손님들을 태우고 떠났다.

주차된 버스가 나가 빈자리가 생겨야 안으로 진입할 수 있지만, 그사이 나가는 버스가 없었다.

이른 오전에는 상황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공항 전세버스 주차난에 전날밤 세워두기도"
전날 수학여행단을 실으러 오전 7시 30분께 제주시 오라동 차고지에서 제주공항으로 출발했던 전세버스 기사 50대 김모씨는 공항 입구 교차로에서 주차하는 데까지 무려 2시간 50분이 걸렸다고 혀를 찼다.

김씨는 "첫 비행기가 도착하는 시간부터 밀리기 시작해 늦으면 오후 3∼4시까지도 혼잡하다.

평일과 주말 할 것 없다"며 "수학여행단이 많이 내려오는 날이면 전날 오후 10시께 전세버스 주차장에 버스를 주차해 놓고 기사들이 택시를 타고 집에 갔다가 다음 날 아침에 시간 맞춰오는 일도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렇다면 왜 이런 교통 대란이 일어나고 있을까.

전세버스 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누그러지자 되레 전세버스 주차장이 크게 줄었다고 입을 모은다.

버스 20여 대를 세울 수 있는 전용 주차구역에 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를 설치해 사용해 오다 이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측이 계속되는 주차민원으로 해당 구역을 기존 버스 주차장이 아닌, 일반 승용차 주차장으로 변경·사용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현재 전세버스는 B1·B2 구역 28대, B3 또는 B4 구역에 10여 대만 주차할 수 있다.

주차장을 나오고 들어가는 승용차는 거대한 전세버스 행렬로 시야가 막혀 차선을 바꾸기 쉽지 않아 위험천만한 상황도 연출됐다.

도민 송모(34)씨는 "난리 통도 이런 난리 통이 없다"며 "하다 하다 이번엔 자가용에 이어 전세버스 주차난이냐"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측은 "공항 관제탑 밑 부지에 추가로 주차장을 조성하고 있다"며 "다음 달 일부 완공되면, 기존 버스 전용 주차면을 부활시킬 계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