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최우선으로 여기는 가치는 원전의 안전성 확보다. 한수원은 원전이 고도의 안전성을 갖추기 위해 건설 및 운영 과정에 있어 다른 산업시설과 비교할 수 없는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한수원은 이같은 안전성을 바탕으로 노후원전 계속운전 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할 계획이다.

한수원은 원전을 관리할 때 ‘다중성’, ‘다양성’, ‘독립성’ 등 3가지 개념에 기반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다중성은 같은 기능을 가진 설비를 두 개 이상 설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설비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같은 기능을 하는 다른 설비가 백업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양성은 한 가지 기능을 달성하기 위해 구성이 다른 계통 또는 기기를 두가지 이상 설치하는 것을 뜻한다. 다양한 설비를 구축해 특정 기능이 마비되지 않도록 삼중의 안전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독립성은 두 개 이상의 계통 또는 기기가 한가지 원인에 의해 기능이 상실되지 않도록 물리적·전기적으로 상호분리해 독립적으로 설치하는 것을 말한다.

한수원은 이같은 안전성에 바탕을 두고 고리 2호기를 시작으로 운영허가 기간이 만료되는 원전의 계속운전을 추진하고 있다. 운영허가 기간은 미국에서는 발전사업자의 경제적인 독점을 막고자 40년으로 규정했던 것일 뿐 발전소 기기의 기술적인 제한 기간이 아니라는 게 한수원의 설명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은 최신 기술로 정비하며 안전성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장기간 운영하며 축적한 기술력을 통해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며 “고리 2호기의 경우 최근 10년 동안 원자로 헤드 교체 등 76건에 대해 약 2000억원을 투자해 안전성을 높여왔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탄소중립을 위해서라도 원전 계속운전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원전 계속운전이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다. 2021년 기준 전세계에서 운영허가 기간이 만료된 242기 원전 가운데 93%가 계속운전을 하고 있다. 신규 원전 건설은 부지 확보나 주민 수용성 측면에서 쉽지 않다는 점에서도 원전 계속운전의 필요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안전성이 확인된 원전을 계속해서 운영하는 것은 국가 에너지 설비의 효율적인 활용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