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 참사’ 당일 들어왔던 11건의 구조 요청 신고와 이에 대한 대처를 놓고 경찰과 소방 사이에 책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은 “사건 당일 22시15분 이전 112로 신고된 11건 중 세 번째와 다섯 번째에 대해서 서울소방본부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며 “3번은 코드 1, 5번은 코드 0로 분류할 정도로 중요한 사건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 어떻게 종결됐는지는 경찰이 아니라 소방에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방이 신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에둘러 비판한 셈이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소방청은 즉각 반박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경찰에서 소방으로 공동 요청이 들어올 때 출동하는 사례는 △화재 등 재난으로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는 경우 △구조·구급 등 긴급하게 발생한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 상황 △경찰에서 보유하고 있지 않은 장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소방청은 이번 사건은 이에 해당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일 소방청 119 대응 국장은 “신고자에게 다시 전화해서 확인해본 결과 소방이 출동할 사항에 해당하지 않았고, 신고자 역시 현장에서는 소방 업무보다 경찰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해 경찰에 다시 통보했다”며 “소방에서 구급차로 환자를 이송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어서 출동하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브리핑에서의 설전을 놓고 경찰 내부의 불만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태원 참사 대응에서 경찰이 큰 비판을 받는 데 대해 경찰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 경찰만 사용할 수 있는 블라인드에는 ‘압사’ 사고는 범죄가 아니라 ‘재난’이기 때문에 경찰의 112 신고 대응이 아니라 ‘재난 징후가 발견된 이후 재난관리시스템이 작동됐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결국 사고 대응의 책임이 경찰이 아니라 소방에 있다는 뜻이다.

이날 경찰청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참사 당일인 10월 29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류미진 총경과 용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 과장·계장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강영연/구민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