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은혁의 공시 읽어주는 기자
'품절주' 양지사 슈퍼개미 효과로 4배 넘게 급등
슈퍼개미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무증·자진상폐 요구하다 돌연 단순 투자로 정정
양지사 자사주 매도 가능성도…주주들 '눈치' 👀주목할 만한 공시
'83년생 부산 슈퍼개미' 김모씨가 지난 7월 18~21일 4차례에 걸쳐 양지사 주식 83만9188주(5.25%)를 평균 1만2047원에 사들였다고 공시한 바 있다. 같은 달 21일 특수관계인 나모씨도 2만5783주를 추가로 매수해 이들의 보유 지분율은 5.41%로 늘어났다. 이들은 최초 지분 공시 당시 보유목적에 대해 △무상증자 및 주식 거래 활성화를 위한 기타 주주 가치 제고 △자진 상장폐지 등을 명시했으나 하루 만에 정정 공시를 통해 양지사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바꿨다.<2022년 7월 21일 양지사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일반)' 공시에서>
4배 넘게 급등한 양지사…슈퍼개미 효과?
양지사 주가가 석 달 만에 4배 넘게 올랐다. 지난달에는 주당 6만원을 돌파하며 8월 저점 대비 6배 넘게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특별히 눈에 띄는 이슈가 없는데도 주가가 갑자기 튀어 오른 배경에는 '83년생 부산 슈퍼개미' 김씨가 있다.최근 양지사 소액주주들은 눈치를 보고 있다. 김씨의 구속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가 빠질지에 대한 우려감 때문이다. 시장에서 슈퍼개미의 지분 취득은 호재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적게는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의 차익을 얻는 슈퍼개미의 안목을 믿는 것.
양지사는 수첩과 다이어리 등을 전문 생산하는 기업이다. 시장에선 양지사는 '품절주'로 불린다. 품절주는 최대 주주 등의 지분율이 높거나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현저히 적은 종목을 의미한다. 유통 물량이 적어 가격 변동 폭이 크다. 특별한 주가 부양 재료가 없이 단지 유통 물량이 적다는 이유로 가격이 크게 변한다. 단기적으로 수익을 내려는 '단타족'들이 선호하는 종목이기도 하다.
김씨는 우리가 흔히 아는 슈퍼개미와는 다른 전략(?)을 내세운다. 단순 투자로 보유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직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기 때문. 과거 신진에스엠 투자에서도 무상증자를 요구한 바 있다.
문제는 신진에스엠 투자 당시 무상증자를 요구하고 곧바로 주식을 매각했다는 점이다. 김씨 이 과정에서 벌어들인 차액만 약 11억원에 달했다. 김씨의 지분 매각 공시 이후 신진에스엠 주가는 폭락했다. 뒤늦게 올라탄 개미는 큰 손실을 봤다. 당시 김씨는 신진에스엠 측에 무상증자를 적극적으로 요구한 적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신진에스엠 사태로 논란이 거세지자 양지사 주식 보유 목적을 기존 무상증자, 자진 상장폐지 요구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했다. 또 양지사 지분을 연말까지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슈퍼개미 구속, 주가 향방은?…양지사 자사주 부각
그럼에도 품절주인 양지사 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김씨가 무상증자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입장과 함께 조정받는 듯했으나 지난 10월 21일 장중에는 주당 6만7200원까지 치솟으면 신고가를 경신했다.양지사가 보유 중인 자기주식 224만3930주를 포함하면 실제 시장에서의 유통 주식은 총 발행주식수의 10.43%인 166만5808주에 불과하다. 이 중 절반을 김씨와 특수관계인 나씨가 사들인 것이다.
하지만 김씨가 최근 주식시세를 조종 혐의로 구속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양지사 주가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2일 서울남부지법은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씨는 지난 7월 초부터 7월11일까지 부정거래 행위로 약 46억여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혐의를 받는다.
더군다나 김씨가 주식 등을 대량으로 보유할 때 자본시장법상 의무적으로 해야 할 보고를 허위로 한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지난주 김씨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등 수사를 진행, 증거를 분석한 결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씨가 양지사 주식을 사들인 배경도 의심하고 있다. 주식 투자자들도 양지사 주가를 주시하고 있다. 슈퍼개미 매수에 품절주란 이유로 주가가 급등했으나 이번 검찰 수사로 조정을 받지 않을까라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양지사가 자사주를 처분해 이익을 실현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양지사는 43기(2021년 7월~2022년 6월) 결산 개별 기준 영업손실 5억9000만원, 당기순손실 약 40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과거 신풍제약과 같이 자사주를 처분해 재무제표를 개선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품절주의 경우 적은 거래만으로도 주가가 요동칠 수 있어 투자 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면서 "양지사의 경우 자사주나 최대 주주 지분 또는 김씨의 지분 매물로 쏟아질 경우 급락할 가능성이 높은 종목"이라고 지적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