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 칼럼] 위기는 언제나 정부가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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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비상경제민생회의'
경제현실·체감과는 동떨어져
시장에 불안과 실망 안겨줘
"괜찮다"는 정부, 믿을 사람 없어
옛 사고방식으론 안 통해
'그들만의 정부'로 가선 안돼
안현실 AI경제연구소장·논설위원
경제현실·체감과는 동떨어져
시장에 불안과 실망 안겨줘
"괜찮다"는 정부, 믿을 사람 없어
옛 사고방식으론 안 통해
'그들만의 정부'로 가선 안돼
안현실 AI경제연구소장·논설위원
![[안현실 칼럼] 위기는 언제나 정부가 불렀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211/07.23097481.1.jpg)
윤석열 대통령이 공개 비상경제민 생회의에서 모든 부처가 산업부가 되고 수출에 나서라고 했다. 갑자기 60년대, 70년대로 돌아간 듯한 장면이 펼쳐 졌다. 각 부처가 보고했지만 재탕·삼탕인데다 왜 비상이란 말이 붙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회의였다. 그렇게 풀릴 문제라면 무슨 고민이 필요하겠나. 한국이처한 시대 상황이 과거와 구조적으로 달라졌는데도 이런 전제 따위는 온데간데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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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경학 시대로 수입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는 메이저 석유생산국이다. 특히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소비국이자 생산국으로 해외에 더 이상 의존할 필요가 없는 에너지 독립국이 됐다. 중동에 대한 지정학적 이해가 과거와 같을 리 없다. 미국과 사우디의 긴장 속에 러시아와 사우디의 공조가 빈 공간을 치고 들어왔다. 미국이 제재를 가하고 충돌이 발생하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불안해질 것이다.
미국·중국의 갈등이 산업의 업스트림 쪽으로 번지고 있는 것도 한국으로서는 위기다. 반도체를 둘러싼 마찰이 단적인 사례다. 인공지능(AI)→반도체 →정밀기기→재료→화학 등 상대방 급 소 찌르기가 위로 향하면 중국이 희토류 카드를 꺼내지 말란 법도 없다. 일본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규제를 이미 경 험해 충격을 낮춘 바 있지만, 한국은 속수무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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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적 관계가 불변이어도 지정학적 조건을 바꿀 수 있는 변수는 기술이다. 전산업의 디지털 전환으로 소프트웨어가 모든 상품을 구동하는, 무형의 서비스 수출시장으로 치고 들어가는, 지경학 시대를 돌파하는 새로운 수출 패러 다임에 대한 창의적 토론을 기대했지만 허사였다. 옛사람이 모여 옛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위기감도 비전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그들만의 정부’ 때문에 한국 무역이 길을 잃게 생겼다.
실물경제 리스크를 금융이라도 경쟁력이 있어 완화해주면 좋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비상한 금융 상황에서 해법을 기대했던 국민도 실망하기는 마찬가지다.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정부는 외환위기의 악몽만 떠올리게 할 뿐 이다. 모든 위기는 외생적인 게 아니라 내생적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쇼를 하 지않겠다”고 했지만, 허망한 비상경제 민생회의는 쇼보다 못 하다. 위기는 언제나 무능한 정부가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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