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 나란히 1·2위…첫 주 음반 판매량도 60만·50만 돌파

이달 17일 같은 날 컴백한 (여자)아이들과 르세라핌 두 걸그룹이 나란히 음원 차트에서 1·2위를 독식하며 음악 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전혀 다른 색깔로 무장한 두 팀이 올가을 우리 가요계를 더욱 풍성하게 빛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자)아이들·르세라핌, 한날 컴백 여걸들 가을 가요계 '접수'
◇ (여자)아이들, 통쾌한 음악에 깊은 메시지…내면 본질 조명
30일 가요계에 따르면 (여자)아이들은 올해 '톰보이'(TOMBOY)라는 상반기 최고 히트곡을 배출해낸 데 이어 '누드'(Nxde)로 2연타 메가 히트에 성공했다.

오페라 '카르멘'의 유명 아리아 '하바네라' 멜로디를 차용한 이 노래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익숙하면서도 대범한 멜로디가 귓가를 휘젓는 동시에 인간 내면의 본질을 조명한 가사가 깊은 여운을 남긴다.

특히 '누드'라는 제목에서 떠오르는 관능적·외설적 이미지를 보란 듯이 뒤집어 버린 가사는 올가을 가요 팬들을 매료시켰다.

꾸며지지 않은 인간 본연의 모습을 '누드'라는 단어로 표현해낸 것이다.

이들은 메릴린 먼로의 이야기로 노래를 풀어나갔다.

'말투는 멍청한 듯 몸매는 섹시 섹시요'라고 정형화된 외부의 시선을 소개하다가도 '철학에 미친 독서광'이라고 숨겨진 진짜 모습을 드러냈다.

한술 더 떠 '야한 작품을 기대하셨다면 그딴 건 없어요'라고 통념을 단숨에 부정한 뒤, 노래가 끝나갈 무렵에서는 '변태는 너야'라고 굳어진 이미지를 강요하는 세상에 통쾌한 일침까지 가한다.

이 노래는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의 '톱 100' 차트에서 1위를 꿰찬 것은 물론, 각종 음악 프로그램 1위를 싹쓸이했다.

한터차트 기준 발매 첫 주 음반 판매량도 67만8천여장을 기록해 전작 17만6천여장보다 4배 가까이 뛰었다.

이를 두고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선명한 스토리라인과 주제 의식을 담고, 팬들이 해석할 수 있게끔 메릴린 먼로 같은 모티프를 제시한 것이 다양한 해석을 부르며 인기를 끌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톰보이'·'누드' 등 자극적인 주제를 자신만만한 여성상으로 풀어내는 점이 최근 K팝 팬들, 특히 여성 팬 사이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다"고 짚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누드라고 하면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이미지가 있는데, (여자)아이들은 이를 전복시키는 콘셉트를 가지고 나왔다"며 "이 같은 시도는 (여자)아이들이라는 걸그룹과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더욱 확실한 자신만의 정체성을 이번 음악을 통해 제대로 드러내 보였다"고 평가했다.

가요계에서는 이들의 연이은 성공을 두고 팀에서 작사·작곡은 물론 음악적 여정 전반을 진두지휘하는 리더 전소연의 카리스마가 빛을 발했다는 시각이 나온다.

보이그룹과 달리 걸그룹에서는 '셀프 프로듀싱'을 해내는 팀이 흔치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런데 (여자)아이들은 전소연을 중심으로 이를 '뚝딱' 해냄으로써 팀이 노래한 '주체적인 여성상'을 몸소 실현해냈고, 이는 여성이 주축이 된 K팝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끌어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여자)아이들·르세라핌, 한날 컴백 여걸들 가을 가요계 '접수'
◇ 르세라핌, '쾌녀' 캐릭터 구축…중독적 비트에 담아낸 성장
르세라핌은 두 번째 미니음반명과 동명의 타이틀곡 '안티프래자일'(ANTIFRAGILE)을 멜론 '톱 100' 차트 2위에 올려놓으며 데뷔 반년 만에 정상급 팀으로 도약했다.

멜론 차트는 음원 플랫폼의 특성상 강력한 팬덤은 물론 일반 대중의 선택을 받아야 상위권에 안착할 수 있어 가요계 일각에서는 빌보드 차트보다도 뚫기가 어렵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르세라핌은 전작 '피어리스'(FEARLESS)로 음원 차트 롱런에 성공한 데 이어 이번 활동으로 대중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안티프래자일'의 첫 주 음반 판매량은 56만7천여장으로 전작 30만여장의 2배에 육박했다.

르세라핌은 전작과 이번 활동 사이에 쉬지 않고 자체 유튜브 콘텐츠를 쏟아내며 팬덤의 외연 확장에 주력했다.

특히 '꽃길'이 아닌 처절했던 데뷔 과정을 여과 없이 담아낸 다큐멘터리로 신선하다는 호평을 끌어냈다.

이들은 이 같은 음악 이외의 콘텐츠로 멤버들 간의 끈끈한 유대와 솔직한 인간적 면모를 드러내며 '쾌녀'(快女) 이미지를 쌓았다.

호탕한 팀 이미지와는 달리 음악적으로는 전작에 이어 한층 더 '단단해진 내면'에 주목했다.

'안티프래자일'은 흥겨운 아프로 라틴 비트가 귀에 착착 감기는 곡으로 '안티프래자일'이라는 단어가 반복돼 중독성을 자아낸다.

'피어리스'가 다소 덤덤하게 전개되는 음악으로 팀의 시작을 알렸다면, 이번에는 한층 더 다이내믹해진 음악적 문법으로 팀의 색깔을 꽃피워냈다.

의상도 전작에서는 흑백 모노톤이 주를 이뤘다면, 이번에는 훨씬 색깔이 화사해졌다.

'계단식 성장'을 의도한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리더 김채원은 지난 17일 쇼케이스에서 "우리가 가는 길이 다 꽃길은 아니지 않느냐"라며 "하지만 어떻게 가느냐가 중요하다.

목표가 있고 그 어려움도 헤쳐나가겠다는 생각이 확실한 팀이라 이를 앨범에 잘 담았다"고 음반의 특징을 설명했다.

이들은 특히 '잊지마 내가 두고 온 토슈즈'(카즈하의 발레), '무시마 내가 걸어온 커리어'(사쿠라·김채원의 아이즈원 활동) 등 자신의 과거까지 당당하게 숨기지 않았다.

통상 아이돌 그룹이 데뷔 이전 과거 활동 언급을 삼가는 것과는 확연하게 다른 지점인 셈이다.

이를 두고 HKT48·아이즈원에 이어 세 번째 데뷔를 이뤄낸 사쿠라는 "저랑 채원이는 (아이즈원 이후) 재데뷔여서 거기서 오는 부담도 있었다"면서도 "나 스스로는 이번 곡의 표정 변화가 많은데 무대에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표정 변화를 많이 해 보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호탕하게 그려낸 성장사에 대중도 호응한 셈이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안티프래자일'에 녹아든 실험적인 색깔과 팀의 색깔이 잘 조화를 이뤘다"며 "사쿠라는 원래 춤을 잘 추던 멤버는 아닌 것으로 아는데 안무 영상 등을 보면 굉장한 연습량이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중요한 포인트"라고 짚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