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제주 4.9 지진 이후 10개월여만…역대 38번째 규모
충북 주민들 "굉음 두 번 나더니 흔들"…서울서도 진동 느껴
정부, 중대본 1단계 가동…피해 접수·원전 이상 없어
국토 정중앙 괴산서 올해 최대규모 4.1 지진…전국서 감지(종합2보)
29일 오전 8시 27분께 충북 괴산군 북동쪽 11㎞(장연면 조곡리) 지역에서 규모 4.1 지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올해 한반도에서 발생한 가장 강한 지진이자 역대 38번째로 규모가 큰 지진이다.

지리적으로 우리나라 정중앙인 괴산군에서 규모가 큰 지진이 발생하면서 충청 지역은 물론 서울, 강원, 경남 등 전국 곳곳에서 흔들림이 감지됐고, 토요일 아침 시민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다행이 인명피해를 비롯한 큰 피해 신고는 없었고 원자력발전소 등에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기상청은 한동안 여진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계속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 10개월여만 규모 4.0 넘는 지진…3차례 전진·12차례 여진
지진이 발생한 시간은 이날 오전 8시27분 49초다.

한반도에서 규모 4.0 이상 지진이 발생하기는 작년 12월 14일 제주 서귀포시 서남서쪽 41㎞ 해역에서 규모 4.9 지진이 발생한 이후 10개월 보름만이다.

기상청은 지진 최초관측(오전 8시 27분 54초) 후 23초가 지난 뒤 지진속보에서 진원 위치와 규모를 '괴산군 북동쪽 12㎞'와 4.3으로 발표했다가 추가분석을 거쳐 '괴산군 북동쪽 11㎞'와 규모 4.1로 공식 발표했다.

진원의 깊이는 12㎞로 추정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지진 전 3차례 '전진'이 있었다.

이날 오전 8시 27분 49초에 규모 4.1 지진이 발생하기 약 20분 전인 오전 8시 8분 14초에 규모 1.6 지진이 있었고, 뒤이어서 오전 8시 9분 32초와 오전 8시 27분 33초에 규모 1.3과 3.5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들은 '큰 규모 지진을 일으키는 단층 내에서 본진 전에 발생하는 지진'인 전진으로 판단된다.

이후 본진 뒤 오전 10시까지 12차례 여진이 이어졌다.

기상청은 이번 괴산군 지진은 "북북봉-남남서 또는 동남동-서북서 방향으로 이동하는 주향이동단층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주향이동단층은 수평으로 움직이는 단층을 말한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옥천단층'과 연관성은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다.

옥천단층은 강원 남부지역에서 광주까지 이어지는 단층으로 추가령단층 및 양산단층과 함께 한반도를 지나는 대표적인 단층으로 꼽힌다.

충북대 지구환경과학과 서용석 교수는 "괴산과 음성 일부도 옥천변성대(옥천단층)에 포함된다"라며 "이 단층대와 이번 지진 위치가 거의 일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명수 기상청 지진화산기술팀 분석관은 "규모 4.0 지진은 지각(판) 내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규모"라면서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지역을 지나는 단층은 아직 조사된 것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 중대본 1단계 가동…"큰 피해 접수 없어"
비교적 큰 규모 지진이 발생하자 정부는 피해상황 파악과 긴급조치 등을 위해 오전 8시 30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단계를 가동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행정안전부 장관을 중심으로 모든 관계부처는 지진으로 인한 피해 여부를 신속히 파악하라"라고 지시했다.

충북도는 '비상 1단계'를 발령하고 괴산군에 피해대응지원관을 파견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원자력시설 긴급점검을 벌인 뒤 원자력발전소 안전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진앙과 69㎞ 떨어져 가장 가까운 원자력시설인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와 약 135㎞ 떨어진 한울원전 등을 비롯한 원전에서 지진계측값이 지진경보 설정값 미만으로 나타나 경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원안위는 설명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오전 11시께까지 지진을 감지했다는 신고가 142건 접수됐다.

소방청은 현재까지 피해가 접수되거나 출동이 있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지진이 발생한 괴산군 장연면 조곡리 주민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큰 흔들림을 느끼면서 불안해했다.

조곡리 이모(70)씨는 "천둥 같은 '쾅, 쾅' 소리가 두 번 나더니 갑자기 집이 흔들려 황급히 밖으로 뛰쳐나왔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조곡리 다른 주민도 "대포를 쏘는 것 같은 소리가 나면서 집이 흔들려 무슨 큰일이 생긴 줄 알았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여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지진을 느꼈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실제 경남·대구·서울·세종·인천·전남·전북·충남에서도 계기진도(지진계 관측값으로 산출하는 흔들림 정도)가 2로 추산됐다.

계기진도 2는 '조용한 상태 건물 위층의 소수 사람이 흔들림을 느끼는 정도'를 말한다.

◇ 지진 안전지대 아닌 한반도…규모 4.0 이상 연평균 1.2차례
올해 한반도에서는 이번까지 포함해 '규모 4.0 이상 5.0 미만' 지진이 1번, '규모 3.0 이상 4.0 미만'이 5번, '규모 2.0 이상 3.0 미만'이 55번 발생했다.

남북한과 인근 해역을 합쳐 한반도에서 역대 가장 규모가 컸던 지진은 2016년 9월 12일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7㎞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이었다.

이어 2017년 11월 15일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8㎞ 지역에서 일어난 5.4 지진이 두 번째였다.

이번 지진 진앙 반경 50㎞ 이내에서 1978년 이래 발생한 최대 지진은 1978년 9월 16일 있었던 규모 5.2 지진이다.

전진과 미소지진을 제외하고 같은 구역에서 직전에 발생한 지진은 지난 4월 9일 규모 2.2 지진이었다.

한반도에서 규모 2.0 이상 지진은 연평균 70차례 정도 발생했다.

디지털 지진계 관측을 시작한 1999년부터 작년까지 '규모 2.0 이상 3.0 미만' 지진은 연평균 60차례, '규모 3.0 이상 4.0 미만'은 연평균 9.4차례, '규모 4.0 이상'은 연평균 1.2차례 발생했다.

같은 기간 규모 2.0 이상 지진은 총 1천623차례 일어났다.

국토 정중앙 괴산서 올해 최대규모 4.1 지진…전국서 감지(종합2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