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무너지는 빅테크 vs 선회하는 중앙은행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이들의 부진은 기술주 전반으로 번졌습니다. 성장동력인 클라우드 컴퓨팅의 부진, 기술주의 핵심 사업모델인 온라인 광고의 감소는 모두의 문제죠. 오전 10시께 마이크로소프트는 8%, 알파벳은 7%, 아마존은 4%, 애플은 1.5%, 메타는 3% 가량 하락했습니다. 엔비디아 AMD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RBC캐피털마켓의 리시 잘루리아 애널리스트는 "거시적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 그리고 아무도 거기엔 면역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캐나다의 소비자물가(CPI)는 지난 6월 8.1%(전년 동기 대비)로 정점을 찍은 이후 9월 6.9%로 둔화했지만, 여전히 높습니다. 하지만 올해 말~내년 초 경기 침체가 우려되자 금리 인상 폭을 줄인 것입니다. 또 최근 정치권에서는 맥클럼 총재에 대한 압력을 높여 왔습니다. 캐나다는 변동금리 모기지 대출이 많은 곳입니다. 맥클럼 총재는 물론 "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기대치 상승, 지속적 수요 압박을 고려할 때 금리 인상을 계속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지만, 시장은 흥분했습니다. 캐나다 국채 2년물 금리는 5분 만에 22bp나 폭락했고, 캐나다 달러의 가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만 이런 비둘기파적 선회에는 위험이 따릅니다. 오늘 호주에서 3분기 소비자물가(CPI)가 발표됐는데, 헤드라인 CPI가 1990년 이후 최고인 7.3% 상승한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이는 2분기 6.1%보다 더 오른 것이며 예상 7.0%를 상회한 것입니다. 근원 수치도 6.1%로 전월 4.9%, 컨센서스 5.6%를 넘었습니다. RBA는 4번 연속 50bp를 올린 뒤에 이달 25bp로 인상 폭을 낮췄는데, 약간 곤란한 상황이 됐습니다. 오안다는 "RBA가 인플레이션이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고통스러운 신호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다음 회의에서 다시 50bp 인상으로 대응하는 등 인플레이션이 극복될 때까지 큰 폭 인상을 계속하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 결과 오늘 호주 달러는 크게 올랐습니다.
라스무센은 "BOC의 예상보다 작은 금리 인상은 침체에 대한 두려움에 따른 것"이라며 "높은 근원 물가와 높은 인플레이션 기대치, 빡빡한 노동 시장 및 초과 수요로 인해 금리를 더 높여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분명한 건 느리지만 금리 인상은 계속되리라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금리가 하락하자 뉴욕 증시는 상승했습니다. Fed의 선회에 대한 기대가 빅테크에 대한 실적 우려를 넘어선 것이죠. 다우는 한때 1%가 넘게 오르기도 했습니다. 사실 올해 들어 주가와 금리의 상관관계는 지난 20년 내 가장 큽니다. 금리가 내리면 주가는 오른다는 사실이 분명한 것이죠. 트루이스트의 키스 러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캐나다에서 비둘기파적 선회로 인식되는 것을 봤다”라며 ″시장이 긴축 사이클의 끝을 보기 시작했다. 시장은 엔드 게임이 눈앞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메릴의 크리스 하이지 CIO는 증시 바닥을 확인하려면 두 가지가 안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하나는 국채 2년물 금리이고, 또 다른 하나는 달러 가치입니다. 둘 다 기준금리를 잘 좇아가는 지표입니다. Fed 공격적 긴축에 나서면서 그동안 급등했던 2년물 금리와 달러는 내림세로 돌아섰습니다. 그래서 주가가 지난 며칠간 큰 폭으로 오른 것이지요.
달러(ICE 달러 인덱스)는 오늘 1.14% 내린 109.68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 9월 19일 이후 처음 110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유로화는 9월 20일 이후 처음으로 달러와의 패리티(1대 1) 수준을 되찾았습니다. 여기에는 Fed 선회에 대한 기대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의 환시장 개입, 영국 파운드화의 안정, 내일 금리를 75bp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유럽중앙은행(ECB) 등의 움직임 등도 모두 반영된 결과입니다. LPL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전략가는 환시장이 Fed가 11월 FOMC 회의에서 향후 금리 상승 폭을 줄이거나 상승을 일시 중지할 조짐을 보일 가능성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임박한 달러 폭락에 대해 경고했습니다. 그는 "민간 및 공공 부채가 너무 많아 인플레이션에 강하게 대처하려는 중앙은행의 모든 시도는 궁극적으로 금융시장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중앙은행은 움찔하고 타협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Fed가 경제나 금융 위기를 막기 위해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은데도 금리 인상을 중단한다면 달러는 급격히 약세를 보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루비니 교수는 달러가 근본적으로 예산과 무역 적자라는 쌍둥이 적자로 인해 위험에 처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그것(Fed 전환)은 급격한 달러 약세의 방아쇠가 될 것이다. 달러를 올린 건 긴축 정책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울프리서치는 "영국 리더십의 변화, 주가 상승세를 놓칠 수 있다는 두려움(FOMO)으로 인한 단기적 상승 촉매를 본다"면서도 기술주에 대해 비중을 축소하는 이유 4가지를 제시했습니다.
1. 팬데믹을 지나며 자본 지출이 크게 증가했다.
2. 온라인 광고 지출은 '침체 면역'이 아니다.
3. 장기 금리 상승 압력은 밸류에이션에 타격을 줄 것이다.
4. 월가의 실적 추정치는 다가오는 이익 감소를 반영하지 않았다.
빅테크 주가가 무너졌는데, 오늘 증시는 장중 상승세를 보일 정도로 강했습니다. 월가에서는 당분간 랠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Fed의 선회(최소 인상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가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아카데미 증권의 피터 치르 전략가는 "금리 하락은 랠리를 지속하게 할 것"(The Treasury Driven “Everything” Rally Will Continue)이라는 보고서에서 주가가 오르는 이유를 몇 가지로 설명했습니다.
1. Fed 블랙아웃(침묵) 직전에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총재 등은 Fed가 11월 이후에 뭘 할 것인지 방향을 바꾸는 것 같았다.
2. 'Fed의 비공식 대변인'인 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그런 견해를 지지하는 기사를 썼다.
3. 지속되는 경제 지표의 둔화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4.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다는 많은 징후가 있다.
5. 기업들의 어닝콜은 주의할 것들을 담고 있으며, 주가는 이를 반영했을 수 있다.
6. 미국 재무부와 Fed는 달러 강세를 억제하라는 영국 일본 유럽 등 국제적 압력을 받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한 국제 공조가 필요하므로 '주고받기'가 있을 수 있다.
7. 중국은 투자 불가다. 투자자들이 철수하면서 미국 자산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
8. 11월 중간 선거 이후 정책 변화 : 누가 승자가 되든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진척될 수 있다. 또 정치인들은 Fed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지 않을 수 있다.
치르 전략가는 "유리한 금리는 주식에 도움이 될 것이며, 어닝시즌이 지나면 다시 활성화될 자사주 매입, 산타 랠리에 대한 기대, 투자자들의 너무 적은 주식 보유량 등도 마찬가지다. 궁극적으로 무언가가 이 랠리를 탈선시킬 것이지만, 그것이 이번 주나 다음 주는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나쁜 소식은 좋은 소식', 즉 나쁜 뉴스가 나오면 Fed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줄이거나 멈출 것이란 관측 속에 그동안 금리가 떨어지면서 주가가 상승했습니다. Fed의 긴축 수준을 반영하는 달러도 약세를 보이고요.
문제는 언제까지 나쁜 소식이 좋은 소식으로 작용할지 여부입니다. 지금은 나쁜 뉴스가 Fed의 공격적 긴축을 멈추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나쁜 소식이 이어져 경기 침체를 부르고 기업 이익이 타격을 입게 된다면 주가는 올라가기 어렵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나쁜 소식은 좋은 소식"이라는 내러티브가 기술주의 나쁜 실적 발표로 인해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일부 냉각되고 있다는 징후가 있고 이로 인해 금리가 내려가고 있지만 낮은 금리가 기술주의 실망스러운 실적을 극복할 만큼 주식에 충분한 순풍은 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심각한 경기 침체가 닥치면 기업 실적이 악화하여 S&P500 지수는 25% 추가 하락(2850까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어느 자산도 경기 침체를 완전히 가격에 책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만약 침체가 닥친다면 주식과 회사채가 가장 위험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의 리사 샬럿 CIO는 "기업 이익에 침체가 다가오고 있다는 우리 생각은 지난 몇 주 동안 강화됐다"라면서도 "월가의 2023년 이익 추정치는 거의 변하지 않았고 긍정적 전망은 여전히 궁극적 실적 재설정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살럿 CIO는 "투자자들이 거시경제 요인(금리)만을 따져 베어마켓 랠리를 따르려는 유혹을 피해야 한다. 기업 이익이 달성 가능할지, 펀더멘털이 지속 가능할지에 중심을 둬야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오늘 '경기 침체' 신호로 여겨지는 미 국채 3개월물과 10년물 금리는 역전이 발생했습니다. Fed가 가장 주시하는 수익률 곡선입니다. 뉴욕 연방은행에 따르면 3개월물과 10년물 수익률의 관계가 미국 경기 침체를 가장 잘 예측해왔습니다. 이렇게 역전되면 1967년을 제외하곤 모두 경기 침체가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역전 시점부터 침체까지는 한 달(2020년 팬데믹)에서 6분기까지 걸렸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