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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갑했던 올 한 해가 끝을 향해 달려가면서 투자자들의 눈은 이미 내년을 향해 있다. 시장 곳곳에 어두운 분위기가 여전하지만 그럼에도 투자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사들이 내놓는 향후 전망도 비슷하다. "탈세계화에 따른 ‘비용 상승 (금리 상승, 환율 상승)’에 대한 우려가 많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기회가 나타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여의도 전문가들이 꼽은 유망주, 유망테마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IRA·실적·낙폭과대 주목

'악재에 둔감해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이미 알려진 악재는 더 이상 악재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대중이 비관에 빠 질 때, 용감하게 매수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좋은 결과를 얻은 사례는 시장 역사에서 여러 번 반복됐다"며 "'비관론자는 일시적으로 그 주장이 맞을 때 명예를 얻지만, 비관론이 정점에 왔을 때 매수하는 투자자는 부를 얻는다’는 시장 격언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증권이 이 보고서를 통해 세 가지 투자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미국 IRA 수혜 △모빌리티&실적 호조 △장기 낙폭 과대 관련 주들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마켓PRO]악재에 둔감해진 지금이 기회? 증권사들이 픽한 유망 종목 살펴보니
미국 IRA 수혜와 관련해선 삼성SDI, 포스코케미칼, 고려아연, 한화솔루션을 포함했다. 삼성SDI를 추천한 이유에 대해 "배터리 부문 실적 성장과 하반기 원통형전지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케미칼에 대해선 "미국 IRA 시행에 따른 배터리 소재 脫중국화의 핵심 기업"라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 소프트웨어 매출 확대 수혜가 기대되는 현대오토에버는 모빌리티&실적 호조 테마를 대표하는 종목이다. 이 밖에도 트위치 국내 사업 축소 반사 수혜와 낙폭과대 매력을 지닌 아프리카TV, 견조한 동박 시황 대비 외부 변수에 따른 낙폭과대 매력을 가진 SKC 등이 장기 낙폭과대주로 지목됐다.
[마켓PRO]악재에 둔감해진 지금이 기회? 증권사들이 픽한 유망 종목 살펴보니

"단기로는 삼성전자, 중장기 투자엔 SK하이닉스"

하나증권은 단기 투자 종목으로 삼성증권, 기아를 포함한 10개 종목을 추천했다. 국내 대장주인 삼성전자를 추천한 이유에 대해선 "메모리 반도체 다운사이클 속 상대적으로 견조한 수익성 기반 안정적 실적이 기대된다"며 "시스템 반도체 부문 기여도 확대로 차별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증권에 이어 하나증권의 추천종목에도 이름을 올린 기아에 대해선 "P/E 4~5배 수준까지 밸류에이션이 하락한만큼 밸류에이션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

하나증권의 중장기 투자 유망 종목에는 삼성전자 대신 SK하이닉스가 이름을 올렸다. 하나증권은 "내년 수요 대비 공급 증가율이 제한되며 하반기부터 업황 안정화될 전망"이라며 올해 기준 PBR 0.86배로 2011년 이후 밴드 하단인 0.84배에 근접한 상태"라며 매수를 해볼만하다고 설명했다. KT&G에 대해선 "국내 궐련 M/S가 내년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수출 및 해외법인 합산 매출이 내년에 두자리수 증가세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고 봤다.

중장기와 단기 투자종목에 모두 포함된 LG유플러스를 추천한 이유에 대해선 "하반기 이익 정상화 속에 주당배당금(DPS) 증가가 기대된다"며 "이동통신사업자(MNO) 가입자 감소폭 둔화되고 있고, 5G 가입자 순증폭 확대될 전망"이라고 했다. LG유플러스 외에도 세아제강, S-OIL가 단기, 중장기 투자에 모두 적합한 종목으로 꼽혔다.

'과학+에너지기술 두 가지 첨단분야 주목해야'

[마켓PRO]악재에 둔감해진 지금이 기회? 증권사들이 픽한 유망 종목 살펴보니
시장의 불확실성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종목을 잘 선별해 미래를 준비하는 투자를 하기에 적기라는 설명이다. KB증권은 내년 주식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새로운 기회가 나타날 가능성에 주목한다"며 "2가지 첨단기술 분야(과학기술 + 에너지기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에서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투자의 기회’ 관점에서는 정부가 직접 투자를 확대하는 분야 (B2G 투자)와 정부가 투자를 유도하는 분야(정부에 의한 B2B 투자)를 주목해야 할 것"이라며 "투자가 확대될 분야는 '첨단기술–과학기술'과 '첨단기술–에너지기술'"이라고 했다. 특히 "신규 모멘텀 관점에서는 과학기술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대규모 신규 예산 편성된 반도체(패키징) 분야와 패권을 위한 기술 우위 확보 관점의 장기 테마인 우주, 사이버보안, AI, 5G, 미국 정책에 따른 세제 혜택 발생할 분야인 전기차(2차전지), 태양광/풍력 등을 꼽았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